2차조정회의에도 합의점못찾아
노조, 10일 1200명 규모 집회 예고
‘AX 인프라구축 등 신사업 차질우려“

성과급 등 보상 체계 개편을 두고 대치해 온 카카오 노사 관계가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파업 문턱에 섰다. 창사 이래 최초의 파업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직면하면서 카카오가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온 인공지능(AI) 중심의 플랫폼 고도화 전략과 중장기 투자 집행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31일 정보기술(IT) 업계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10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일대에서 유스페이스까지 행진하는 집회를 경찰에 신고했다. 집회 참가 인원은 1200명 규모다.
이는 카카오 본사 및 주요 계열사 조합원들이 대거 참여하는 파업 전면화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카카오 노사는 27일 고용노동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임금교섭 타결을 위한 2차 조정 회의를 가졌으나 성과급 산정 기준의 명확화와 인센티브 구조개혁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를 좁히지 못했다. 지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노조가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함에 따라 먼저 파업 투표를 가결했던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4개 계열사에 이어 본사까지 그룹 전체가 창사 이래 첫 연대 파업 국면으로 전격 진입하게 됐다.
이번 사태가 자본시장에서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카카오가 대규모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을 공인받은 시점에 내부 갈등이라는 암초를 만나서다. 카카오는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합쳐 약 8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두나무 지분과 카카오게임즈 경영권 등 비핵심 자산의 효율화까지 전방위로 추진하며 AI 투자 재원 확충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정작 내부 갈등에 발목이 잡히며 자본 집행의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초 회사는 이러한 대규모 자본을 활용해 메신저 플랫폼 ‘카카오톡’의 인공지능 전환(AX) 인프라를 구축하고 글로벌 콘텐츠 영토 확장을 위한 대형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낼 방침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노사 갈등이 전면전으로 비화되면서 중장기 사업과 대규모 자금 집행을 위한 의사결정 구조 등이 정체될 수밖에 없게 됐다. 자본을 축적하고도 조직 불안정으로 적기 투자를 단행하지 못하는 경영상의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진짜 위기는 단기적인 업무 공백보다 메신저 체질 개선의 타이밍 상실이라고 지적한다. 글로벌 빅테크 및 국내외 포털 공룡들이 생성형 AI 기반의 커머스·플랫폼 상용화 모델을 연이어 출시하며 시장을 선점하는 상황에서 카카오의 핵심 축인 ‘AI 카톡’ 구현 스케줄이 내부 갈등으로 밀리는 것은 기업 가치에 치명적이라는 분석이다. 노사 대립이 장기화할수록 시장 내 대외 신뢰도가 하락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규모 자본 투입과 핵심 개발 인력 영입이 필수적인 AI 신사업 부문의 성장 동력이 고갈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노조가 예고한 6월 10일 대규모 장외 투쟁 전까지 사측이 전향적인 카드를 꺼내 극적 합의를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지금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단순히 올해 임협 결렬을 넘어 카카오의 향후 10년 생존권이 걸린 ‘AI 골든타임’을 허무하게 날려버리는 최악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