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보호구역 지정만 하고 방치…정부 관리 '낙제 수준'

입력 2026-05-3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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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전국 13개 해양보호구역 현장 조사 결과 공개
"면적 확대보다 실질적 관리체계 구축이 시급" 촉구

▲거문도와 백도 일대의 한 무인도 모습으로 해양쓰레기가 쌓인 해안에 적조가 발생했다. (사진제공=녹색연합)
▲거문도와 백도 일대의 한 무인도 모습으로 해양쓰레기가 쌓인 해안에 적조가 발생했다. (사진제공=녹색연합)
정부가 해양보호구역 지정 확대에 힘을 쏟고 있지만 정작 현장 관리와 제도 정비는 뒷전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녹색연합은 31일 인천 대이작도부터 경북 울진 나곡리까지 전국 주요 해양보호구역 13곳을 조사한 현장 모니터링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육안 관찰과 드론 촬영, 공무원·주민 인터뷰 등을 통해 경계·안내 체계, 관리·법제 실효성, 서식지 건전성, 생태계 활력도, 이해관계자 거버넌스 등 5개 항목을 평가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녹색연합은 해양보호구역의 관리 부실이 일부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반복되는 구조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서해에서는 해양쓰레기와 간척 개발이, 남해에서는 과도한 양식에 따른 부영양화와 적조 위험이, 동해에서는 연안 개발과 온배수 등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지만 체계적인 관리와 모니터링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녹색연합은 특히 해양수산부의 '20년 행정 공백'을 문제 삼았다. 해양생태계법은 보호가 필요한 생물종에 대해 포획·채취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시행하기 위한 세부 고시가 2006년 법 제정 이후 한 차례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보호구역 내 불법 채취와 낚시 행위를 사실상 단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관리 체계가 여러 부처로 분산된 점도 한계로 꼽았다. 현재 해양보호구역은 해수부와 환경부, 국가유산청 등이 각각 나눠 관리하고 있어 통합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녹색연합은 최근 5년간 수거된 해양쓰레기의 약 90%를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가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와 난개발 압력도 보호구역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전남 여수 여자만 갯벌은 폭염과 집중호우로 새꼬막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바지락 양식 확대에 따른 생태계 교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북 울진 나곡리 해역 역시 잘피 군락 보호구역이지만 인근 원전 온배수 등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체계는 미흡하다고 녹색연합은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 해양관할권(EEZ) 내 해양보호구역 비율은 약 2%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1.5%에 크게 못 미친다. 녹색연합은 보호구역 지정 면적을 늘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황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활동가는 "보호구역의 가치는 면적이 아니라 얼마나 실질적으로 보전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훼손 행위를 제어할 수 있는 관리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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