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보퀀트’ 등 기술 혁신 따른 수요 변수도 부담
‘삼전닉스 50% 쏠림’ 코스피, 취약 지적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샌디스크 등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체 주가가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급등하면서 과열을 경계해야 한다는 월가의 경고가 나왔다. 메모리 반도체 업종 특유의 심한 경기 변동성을 감안하면 최근 폭발적인 랠리가 사라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25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이 보도했다.
메모리 산업은 2022년 12월 생성형 AI 챗GPT 출시 이후 지속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챗GPT 등장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올해 특히 HBM 제조업체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겁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들어 주가가 각각 114%, 186% 폭등했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샌디스크 역시 각각 141%, 156% 뛰었다.
메모리 강세장을 떠받치는 핵심 논리는 업계가 과거의 경기 순환성에서 벗어났다는 믿음이다. 기존에는 저장용 메모리 수요가 크게 출렁이는 반면 공급은 비교적 고정돼 있어 업황이 급격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해왔다.
업계 경영진들은 AI가 이 같은 ‘호황과 폭락’의 역사를 뒤흔들었다고 주장한다. 구조적인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어 메모리 가격이 수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제기됐다. 블루박스자산운용의 윌리엄 드 게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메모리 산업은 본질적으로 극심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업종”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상당히 끔찍한 산업이다. 과거에도 메모리 사이클이 끝났고 이제는 장기적인 가치 창출 산업이 됐다는 주장이 나올 때마다 결국 상황이 크게 꼬이곤 했다”고 떠올렸다.
AI 모델의 효율성을 높이는 새로운 혁신도 메모리 붐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앞서 구글은 3월 ‘터보퀀트’라는 새로운 압축 기술을 공개했다. 구글은 이 기술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구동하는 데 필요한 메모리 사용량을 최대 6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구글·오픈AI·앤스로픽 같은 기업들이 거대 LLM을 학습시키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해온 AI 메모리 칩 수요를 크게 줄일 잠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도이치방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터보퀀트 공개 직후 주요 메모리 업체들의 주가가 급락했다”면서 “투자자들은 AI 관련 지속적인 기술 교란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보고서는 “터보퀀트가 메모리 수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화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산관리업체 JM 핀의 존 컨리프 투자총괄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AI 수요 증가 속도가 보다 정상적인 수준으로 둔화하고 향후 3년 동안 생산량이 상당히 늘어나면 공급 제약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재 주가는 메모리 가격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기업들이 과잉 투자에 나서지 않으며 수익성이 과거보다 훨씬 좋을 것이라는 전제를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몇 주간 메모리 업종에는 모멘텀 쏠림이 심화돼 있어 조정에 취약한 상태”라고 평했다.
란모어펀드매니지먼트의 앤드루 래핑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메모리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시점을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역사적으로 자본수익률이 평균 수준에 머물렀던 산업이 미래에 매우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해 가격이 형성될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메모리 섹터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에 대해 “표범은 자신의 반점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을 인용하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국 증시는 메모리 산업 의존도가 높아 특히 취약하다고 CNBC는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는다.
스티브 브라이스 스탠다드차타드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3일 CNBC ‘스쿼크 박스 아시아’에 출연해 “한국 증시에 대한 낙관론이 곧 정점에 이를 것”이라며 “지난주 한국을 방문했을 때 고객들에게 일부 수익을 실현하고 전 세계적으로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로 자산을 이동할 것을 조언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