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PEF 검사에 로펌도 들썩…법률자문 시장 영업 확대

입력 2026-05-2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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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의 사모펀드 운용사(PE) 검사가 본격화하면서 대형 법무법인(로펌)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VIG파트너스에 대한 현장검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시장에서는 후속 검사 대상이 어디가 될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 검사 경험이 거의 없던 운용사(GP)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로펌들은 GP들을 상대로 내부통제·컴플라이언스 점검을 앞세워 영업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25일 투자은행(IB) 및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로펌들은 최근 PE들을 대상으로 금감원 검사 대응, 내부통제 구축, 이해상충 관련 자문을 제안하고 있다. 주요 자문 영역은 임직원 금융투자상품 매매 관리, 투자 심의 절차 정비, 준법감시 체계 구축 등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법조계가 일종의 '컴플라이언스 특수'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감원이 PE 검사에 본격적으로 나선 만큼 GP들도 기존 관행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로펌은 검사 리스크를 강조하며 "검사 대상이 되기 전에 방어 체계를 사전에 갖춰야 한다"는 논리로 운용사들을 설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최근 로펌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가 'GP 2호 검사가 어디냐'는 것"이라며 "검사 대상이 정해지기 전에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식으로 운용사들을 설득하려는 제안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GP들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기관전용 PEF 운용사는 증권사나 일반 자산운용사와 달리 감독 검사 대응 경험이 거의 없다. 사모펀드(PEF) 시장은 기관투자자 중심의 사적 자본시장이라는 성격이 강했고, 일반 집합투자업자나 증권사·운용사와 달리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율 아래 운용됐다. 이해상충 관리나 투자심의 절차, 임직원 거래 관리 등도 각 하우스의 자율과 관행에 맡겨진 측면이 컸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MBK파트너스와 스톤브릿지캐피탈에 이어 VIG파트너스까지 금감원 검사 대상에 오르면서 PEF업계 전반에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라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특히 검사 결과가 제재나 출자자(LP) 평판 문제로 이어지면 향후 펀드레이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운용사들의 부담은 더 크다.

한 중견 GP 관계자는 "증권사나 운용사는 감독당국의 검사 대응 경험이 많지만 GP는 사실상 처음 겪는 일에 가깝다"며 "검사 대응 매뉴얼이 축적돼 있지 않은 데다, 금감원 질의에 어떤 수준으로 답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을 어디까지 준비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워 로펌에 일일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금감원 역시 GP 검사에 대해서는 기준을 만들어가는 단계라는 점이다. 일반 금융회사 검사는 검사 대상 업무와 요구 자료의 범위가 비교적 명확하다. 반면 GP 검사는 운용사 고유재산, 펀드 재산, 투자목적회사, 포트폴리오 회사 관련 자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운용사 검사 범위를 어디까지 볼 수 있는지부터 실무상 해석의 여지가 크다.

실제로 금감원의 첫 GP 정기검사 타자였던 지난달 VIG파트너스 검사 과정에서도 시행착오가 드러났다는 말이 나온다. 금감원이 특정 자료를 요구했다가 다시 다른 자료를 요구하는 등 검사 범위를 조정하는 모습이 있었다는 것이다. GP 재산검사에서 펀드 운용 관련 의사결정 자료를 어느 수준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지에 대한 선례가 많지 않은 탓이다.

이런 불확실성은 로펌 자문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형 GP와 달리 운용자산(AUM) 5000억원 이하의 중소형 PEF 운용사는 별도 준법감시 조직이나 체계적인 내부규정을 갖추지 못한 곳도 적지 않다. 검사 대응 미숙이 대외 평판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수록 외부 자문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과거 GP들의 법률 자문이 주로 펀드 결성 시 투자계약 조건, 인수금융, 엑시트(회수) 구조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검사 대응과 컴플라이언스 구축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일부 로펌은 GP 내부규정 정비, 준법감시담당자 역할 설계, 투자심의위원회 운영 방식, 임직원 자기매매 신고 체계 등을 패키지 형태로 묶어 제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로펌들이 강조하는 지점은 자본시장 내 불공정거래와 이해상충 관리다. GP가 일반 집합투자업자와 동일한 법적 규율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자본시장 내 미공개정보 이용, 임직원 자기거래 등 불공정거래나 포트폴리오 회사 간 이해상충 가능성은 GP에게도 동일하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대형 로펌 관계자는 "등록 PEF와 일반 집합투자업자는 제도상 차이가 있지만 내부통제의 기본 원칙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검사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최소한의 방어 체계를 갖추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로펌들이 과도하게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금감원이 PEF 운용사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맞지만, 아직 실제 검사 기준이나 제재 수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로펌들이 GP들의 불안심리를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나친 위기감 조성이 오히려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PEF 운용의 특성상 일반 금융회사와 동일한 잣대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고, GP별 규모와 운용전략도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내부통제 강화는 필요하지만, 모든 GP에 대형 금융회사 수준의 시스템을 단기간에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검사를 계기로 GP의 내부통제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다만 기준이 정립되기 전까지는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감독당국은 검사 방식을 정교화하고, GP들은 대응 경험을 쌓는 그 사이에서 로펌들은 새로운 자문 시장을 키우는 구도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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