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파트 공급 절벽에…정부, 수도권 매입임대 9만 가구 푼다

입력 2026-05-2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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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매입 3.4만→5.4만가구 확대
LH 부분매입 허용⋯토지비 지원 80%까지
구윤철 부총리 “1~2년 내 공급효과 기대”

▲서울 용산구의 한 주택가에 빌라가 밀집해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울 용산구의 한 주택가에 빌라가 밀집해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민간 비아파트 공급 절벽이 심화하자 정부가 공공 매입임대를 앞세워 시장 안정화에 나선다. 수도권에 향후 2년간 매입임대주택 9만 가구를 공급하고 이 가운데 70% 이상을 서울·경기 규제지역에 집중 투입한다. 단순 공급 확대를 넘어 미분양 부담과 자금난에 시달리는 비아파트 사업장의 ‘유동성 버팀목’ 역할까지 공공이 맡겠다는 구상이다.

구윤철 부총리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오피스텔과 같은 비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공급 속도가 빨라 1~2년 안에 가시적인 공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비아파트 공급 확대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공이 선도적으로 비아파트 공급을 촉진할 수 있도록 매입임대 물량을 대폭 확대하고 모듈러 공법 적용, 사업자 금융 지원 등을 통해 조기 착공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향후 2년(2026~2027년) 동안 수도권에 매입임대주택 9만 가구를 공급하고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규제지역에 6만6000가구를 집중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최근 전세 시장 핵심 공급원인 비아파트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데 따른 대응이다. 실제 최근 3년(2023~2025년) 비아파트 착공 물량은 장기 평균 대비 20~30% 수준까지 감소했다.

정부는 특히 규제지역 중심으로 신축매입임대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규제지역 공급 물량은 직전 2년 3만6000가구에서 향후 2년 6만6000가구로 약 2배 늘어난다. 이 가운데 신축매입은 3만4000가구에서 5만4000가구로 확대된다. 비아파트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목표 물량을 초과해서라도 매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공공이 민간 비아파트 사업장의 미분양 위험을 직접 떠안는 구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기존처럼 건물 한 동 전체를 통매입하는 대신 일부 세대만 사들이는 ‘부분매입’ 방식도 허용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100가구 규모 사업장이라면 전량을 매입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20~50가구만 매입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규제지역 최소 매입 기준도 완화된다. 서울은 기존 19가구 이상에서 10가구 이상으로 낮아지고 경기 역시 최소 기준을 대폭 줄인다. 기존주택 매입임대는 규제지역에 한해 건축연한 제한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공공이 비아파트 시장 유동성을 떠받치는 역할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빌라 시장은 PF 경색과 전세 사기 여파 등으로 민간 공급이 급감했고 착공 이후에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이 늘어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매입임대 확대가 단기적으로 전월세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정 부담과 공급 구조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 매입임대 확대는 서울·수도권의 아파트 전세 물량 감소를 일정 부분 대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실거주 중심 정책 기조로 임대 매물이 줄어든 상황에서 매입임대에 대한 시장 수요는 충분한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매입임대 확대는 결국 예산과 공공기관 재무 여건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문제”라며 “LH뿐 아니라 SH나 지방개발공사 등 기관별 재정 여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목표 물량이 과도하게 설정될 경우 집행 과정에서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PF보증·공정률 지급 확대⋯국토부, 비아파트 조기 착공 유도

정부는 사업자 금융 지원도 강화한다. LH가 지급하는 토지 확보 지원금은 기존 토지비의 70%에서 최대 80%까지 확대된다. 잔여 토지비와 설계비 등 초기 사업비는 HUG PF대출 보증을 통해 지원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사업자의 초기 자기자본 부담을 토지비의 10%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비 지급 방식도 바뀐다. 기존에는 골조공사 완료와 준공 이후 단계적으로 지급했지만 앞으로는 공정률 기준으로 3개월 단위 지급 체계를 도입한다. 착공 이후 자금 흐름을 개선해 공사 중단 위험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병행된다. LH는 설계 단계부터 표준평면도와 사전 컨설팅을 제공하고 모듈러 공법 등 최신 공법 도입도 확대하기로 했다. 또 공사비 연동형 사업에는 기존 ‘공사비 검증 후 착공’ 방식 대신 ‘선착공 후검증’ 체계를 도입해 사업 지연을 줄일 계획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비아파트는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계층이 도심 내 직주근접을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주거 사다리”라며 “아파트보다 공급 속도가 빠른 만큼 현재 전·월세 시장 불안을 완화할 수 있는 단기 처방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토지비 지원 비율을 최대 80%까지 높이고 PF 보증을 강화한 것은 초기 사업비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조치”라며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규모 건설사들의 사업 참여를 유도하는 강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공정률 기준 분할 지급 방식은 건설사 현금 흐름을 안정시켜 공사 중단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며 “중소 건설사들도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국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민간 비아파트 시장 공급이 위축된 상황에서 공공이 적극 매입·공급에 나서 시장 정상화를 뒷받침할 것”이라며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비아파트 공급 확대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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