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회장, 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직접 사과⋯“시스템·역사인식 부재가 火 불러”

입력 2026-05-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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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데이’·‘책상에 탁’ 등 5·18 연상 마케팅 여론 악화
정 회장, 손정현 스타벅스 대표 해임 이어 대국민 사과문 발표
“모든 책임은 제게...책임 통감, 그룹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
김수완 부사장, 광주 사과 방문 거부 당해...불매운동 움직임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한 스타벅스코리아(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마케팅 파장이 커지자, 하루 만에 직접 사과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정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질타까지 이어진 이번 사안을 매우 심각한 문제로 판단, 스타벅스 대표와 관련 임원을 전격 경질하며 철저한 경위 조사와 시스템 재정비 등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신세계그룹 홍보대관총괄 임원이 광주를 찾아 5.18 단체 사과 방문도 시도했지만 불발되는 한편 불매운동 움직임도 있어 향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정 회장은 19일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5·18민주화운동 영령과 유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드렸다. 그룹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있어서도 안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이라며 “이번 사안은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 오신 모든 분의 고통과 희생을 가볍게 여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거듭 사과했다.

정 회장은 “저는 이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이 저에게 있음을 통감한다. 어떤 해명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이번 일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5·18 영령과 유가족, 광주 시민, 박종철 열사 유가족, 그리고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신 모든 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전일 스타벅스 운영사인 SCK컴퍼니 손정현 대표이사 해임은 물론 임원 경질 및 관련 임직원 전원에 대한 중징계를 지시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뒤이어 이날 오전 김수완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대외협력본부장(부사장)이 광주 5·18 단체를 방문해 사과의 뜻을 전하려 했으나, 5·18기념재단과 공법 3단체가 면담 자체를 거부해 불발됐다.

신세계그룹이 최대한 발 빠른 대처와 정 회장이 직접 사과까지 한 것은 이번 사태가 단순히 마케팅 담당자의 실수가 아닌 기업의 역사인식 부재를 보여준 치명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공식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텀블러 프로모션 페이지에 ‘5/18’이라는 날짜와 함께 ‘탱크데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이와 함께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까지 넣었다. 해당 문구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탱크와 고(故)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비하하고 유족을 모욕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공분을 샀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까지 전일 저녁 X(옛 트위터)를 통해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논란은 더 확산했다.

스타벅스는 지난달 16일에도 ‘미니 탱크데이’ 이벤트를 진행, 세월호 참사 추모일을 겨냥해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반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탈벅(스타벅스를 떠난다)’을 상징하는 텀블러 파기 사진 및 불매운동 게시물이 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스타벅스 내부 업무 시스템에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스타벅스 측은 사안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정식 사과를 하기보다 사태 초기 '단순 문구 수정'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 문제가 된 '책상에 탁' 문구를 '작업 중 딱'으로, '탱크 데이' 표현을 '탱크 텀블러 데이'로 고쳤다. 무엇보다 마케팅 실무부터 중간-최종 결재 라인까지 문제점을 거르는 시스템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크다.

이에 정 회장은 철저한 경위 조사와 함께 그룹 업무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사과문에서 “이번 사태의 발생 경위와 승인 절차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전 계열사 마케팅 콘텐츠에 대한 검수 과정을 재점검하고, 심의 절차 정비 및 내용에 관한 기준을 구체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엄격한 역사의식과 윤리적 기준을 정립하기 위해 저를 포함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신세계그룹은 앞으로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업무 프로세스를 재정립하는 한편, 조직 내 올바른 역사의식 정립을 위한 노력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본지 자문위원인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프로모션이 제대로 된 내부 필터링 없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평소에도 관리 시스템이 부재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최대 커피 전문 기업으로서 역량이 부족한 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교수는 “대표 해임부터 사과까지 빠른 대응은 긍정적”이라면서 “정 회장이 5·18 단체에 직접 찾아가 사과하는 것이 해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본지 자문위원인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도 “기업이 잘못된 역사 인식으로 마케팅을 펼친 것은 부적절하다”며 “효과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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