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1호’ 심사도 진행 중…후속 구조조정 속도 주목

석유화학업계 구조재편의 첫 사례인 ‘대산 1호 프로젝트’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면서 실제 사업재편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장기 불황으로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조정 필요성이 커진 가운데 첫 재편안이 핵심 규제 문턱을 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공정위는 20일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 등이 추진한 대산 1호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HD현대케미칼이 롯데대산석화를 흡수합병하고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통합법인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대산 산업단지에서 양사가 각각 운영해온 나프타분해설비(NCC)와 석유화학 생산시설을 통합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번 결정은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석유화학 구조재편에 공정위가 사실상 힘을 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사업자 통합으로 일부 제품 시장의 과점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강한 조건을 붙였다. 공정위는 결합 이후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과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 시장의 사업자가 4곳에서 3곳으로 줄어 경쟁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향후 5년간 국내 가격 인상률을 수출 가격 인상률 이하로 제한하고 결합 당시 생산하던 제품은 수요자가 요청할 경우 공급을 유지하도록 했다. 가격·수량·원가·재고 등 경쟁 민감정보 공유와 관련 임직원 겸임도 제한했다. 구조조정 자체는 허용하되 통합 이후 가격 인상이나 공급 축소로 중소 수요업체가 피해를 입는 것은 막겠다는 취지다.
업계의 관심은 이제 후속 재편으로 옮겨가고 있다. 공정위는 두 번째 구조개편안인 ‘여수 1호 프로젝트’ 기업결합도 심사하고 있다. 여수 1호는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 DL케미칼 등이 얽혀 있어 사업자 간 지분 연계와 경쟁 제한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산 1호가 첫 선례가 된 만큼 후속 재편에서도 공급과잉 해소 필요성과 시장 경쟁 훼손 가능성을 함께 따지는 심사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대산의 실제 설비 통합과 생산 효율화 성과가 얼마나 빠르게 나타나는지도 향후 여수 등 다른 지역의 구조조정 속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