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향한 길, 좁고 높은 문턱 여전...커리어 성장 보장 체계 필요”(현직 인터뷰)[소비재 기업 유리천장 리포트]

입력 2026-05-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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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6-05-28 17:3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남녀차별 줄고 일‧가정 양립 제도 늘었지만...
제도의 활용도는 천차만별”
“자유로운 제도 활용과 복직 이후의 성장 커리어 지원 필요”

▲출산, 육아, 경력단절 등 여성의 승진을 위한 단계를 표현한 일러스트 (Gemini  AI 생성 이미지)
▲출산, 육아, 경력단절 등 여성의 승진을 위한 단계를 표현한 일러스트 (Gemini AI 생성 이미지)

소비재 기업에서 여성 직원들의 존재감은 커졌지만, 임원으로 승진하는 길목은 여전히 좁고 문턱 역시 높다는 현장 목소리가 나온다. 채용과 실무단계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은 현저히 줄어든 반면 관리자나 임원급으로 승진하는 시점이 되면 출산과 육아가 허들이 되고 핵심보직 및 그들만의 네트워크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소비재 기업 A사에 재직 중인 한가람(가명, 38) 씨는 “입사 초반엔 여성 동기와 선배가 많고 마케팅‧홍보‧상품기획 등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과장, 차장이 되는 때부터 커리어가 달라진다. 결혼, 출산, 육아와 맞물려 퇴사하거나 안정적 업무로 이동하거나 승진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표면적으론 성과 중심 평가여도 주요 보직을 맡기는 과정에서 ‘장기적 역할 수행’이라는 기준이 부여되는 데, 출산 적령기 여성에겐 더 빨리 적용되는 듯하다”고 부연했다.

10년 뒤 임원이 된 자신의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소비재기업 B사의 이기쁨(가명, 35) 씨는 “회사에 여성 임원이 있지만 여성 팀장이 없는 팀도 많다. ‘나도 저 자리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은 아직은 안 든다”고 말했다. C사의 정다운(가명, 34) 씨도 “임원을 향한 길은 ‘나도 갈 수 있는 길’이라기 보다는 매우 특별한 일로 인식된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기업 내 여성 승진에 대해 이같은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제도와 현실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일‧가정 양립 제도가 도입됐고 제도 활용도 과거보단 쉬워졌지만, 현업 복직 후 핵심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승진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D사 김지영(41) 씨는 “출산, 육아휴직 후 복직은 쉬워졌지만, 이후 기존 직무로 복귀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기쁨 씨도 “육아휴직 후 비핵심 부서로 복귀하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본다”며 “남성 직원도 육아휴직을 쓰면 진급이 쉽지 않고, 여성도 승진에 큰 뜻은 없다는 식으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정작 임원이 된 이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E사의 한 여성 임원은 “성과와 전문성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는 점에서 (경쟁력에서) 남성과 차이를 느끼지 않지만, 육아 등으로 인해 핵심부서 경험이나 근무외 네트워크 등 비공식 관계 형성에 제약이 생긴다”며 “일·가정 양립 제도는 커리어를 유지할 수는 있어도 핵심 프로젝트 등 성장 기회를 확보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재 기업에서 여성 리더의 역할이 소비자 이해도를 높이는데 필수적이란 공감대는 크다. F사의 한 여성 임원은 “여성소비자 대상으로 많은 사업을 하다보니 소비자에 대한 이해도와 의사결정의 깊이가 매우 중요하다”며 “여성 리더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면 소비자의 생활 패턴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되고 그에 따라 소비자 요구를 보다 섬세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명한 유리천장이라도 없애기 위해선 남성과 여성이 같은 기간을 의무적으로 육아휴직하도록 국가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며 “여성이 리더로 성장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에 공백이 생기면, 결국 남성들이 상대적으로 빨리 승진하는 구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유리천장의 투명도는 업종, 기업별로 다르다. G사 여성 임원은 “성별에 따른 승진 장벽을 느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H사 여성 임원도 “과거의 유리천장 논쟁은 해묵었다”며 “‘역차별’이 논란이 됐고 일자리의 미래도 보장할 수 없는 시대다. 스스로를 얼마나 가치있는 인재로 만들어가고 있는지, 리더가 되고 싶은지를 물어야 하는 시기”라고 지적했다.

I사 직원 조미래(42) 씨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성별에 따른 제한은 크지 않고, 실제 리더급에서도 여성들이 중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며 “특히나 조직 슬림화로 팀장 중심 구조보다 실무 담당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도 늘고 있어 승진이나 직급보다는 꾸준한 성과를 내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가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현재를 ‘제도의 보완’이 필요한 단계로 진단한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최종 의사결정자로 남성을 선호하는 고정관념이 남은 곳, 여성이 고위 관리직까지 갈 수 있는 경력이나 리더십을 키울 기회가 박탈되는 곳도 있다”면서 기업의 ‘혁신 경쟁력’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신 교수는 “아직도 남은 유리천장이 있다면 유능한 여성 직원들이 헌신할 이유가 없다”며 “이직도 능력인 사회다. 성별과 무관하게 출산과 육아에 대응해서 기업 생산성을 유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만 모든 직원이 제한 없는 성장이 가능한 기업이라고 여기고 업무 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돌아가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지 자문위원인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도 “여성 소비자의 요구와 감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경쟁력인 소비재 산업에서 여성 리더십은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일‧가정 양립 제도를 얼마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 함께 복직 이후의 커리어 성장을 보장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경영‧관리직 등 핵심 부서를 초기부터 경험할 수 있는 기회, 본인이 희망할 경우 업무의 3분의 1이라도 병행할 수 있는 경력 단절을 막는 제도, 도약자를 위한 중견급의 지원 등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결국 현장에서 요구하는 것은 제도의 존재를 넘어 실제 활용 가능한 문화와 성장 경로다. 여성 직원들이 “나도 저 자리까지 갈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있는 롤모델과 경로를 만드는 일이 소비재 기업의 다음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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