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접촉 금지” 사전 지침…고려아연 소액주주 단체 배후설 논란

입력 2026-05-1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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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 고려아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사진= 고려아연)

고려아연을 비판해 온 소액주주 단체를 둘러싼 실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단체명과 운영 구조가 명확하지 않은 데다, 최근 시위 현장에서 참가자들에게 언론·기관 응대 지침으로 보이는 메시지가 공유된 정황이 포착되면서 조직적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14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려아연 소액주주를 표방하는 단체가 금융당국과 수사기관 등을 대상으로 문제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고려아연 경영진과 지배구조를 비판하는 보도자료와 성명서를 잇따라 배포해왔다.

문제는 단체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해당 단체는 자료마다 ‘고려아연 소액주주연합’, ‘고려아연 소액주주연대’ 등 서로 다른 명칭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자, 참여 주주 수, 보유 지분 규모 등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반적인 상장사 소액주주 단체가 참여 주체와 지분 규모, 온라인 커뮤니티나 연락 창구 등을 일정 부분 공개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에는 시위 현장에서 참가자들에게 사전 행동지침으로 보이는 문자메시지가 공유된 정황도 언론에 포착됐다. 해당 메시지에는 기자들과 접촉하지 말고 질문을 받으면 “보도자료를 배포할 테니 참고해달라”고 답하라는 내용과, 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 직원이 물으면 “고려아연 소액주주로서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시위 중”이라고만 말하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서는 자발적 주주모임이라기보다 외부에서 메시지와 행동 방식을 조율하는 조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통상 소액주주 운동은 개별 주주들이 각자의 문제의식과 요구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응대 문구가 획일적으로 정리된 점이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해당 단체는 특정 세력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전체 주주 권익과 관련된 문제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단체 측은 배포 자료에서 경영권 분쟁과 연결 짓는 시각에 대해 특정 세력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주주의 권익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를 앞세운 여론전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고려아연은 영풍·MBK파트너스 측과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양측의 공방이 법정과 주주총회, 여론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재계 관계자는 “소액주주 운동이라면 최소한 누가 참여하고 어느 정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지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단체명과 운영 구조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일괄 대응지침까지 공유됐다면 일반적인 주주행동주의와는 다르게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는 “최근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시민단체나 주주단체 형식을 빌린 여론전이 늘고 있다”며 “주주권 행사는 보장돼야 하지만, 실체가 불분명한 단체가 금융당국이나 수사기관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움직일 경우 자본시장 신뢰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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