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막는 물가의 위험한 유통기한...터지기 직전의 '용수철 물가' [물가 퍼펙트스톰이 온다]

입력 2026-05-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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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최고가격제, 유류세 인하 없었으면 유가 더 상승했을 듯"
전문가들 "최고가격제 계속되면 정부 부담만 커질 수 있어"

▲고유가 피해지원금 2차 지급 대상 선별 기준 발표를 하루 앞둔 10일 서울 마포구 망원월드컵시장에 고유가 지원금 사용가능매장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고유가 피해지원금 2차 지급 대상 선별 기준 발표를 하루 앞둔 10일 서울 마포구 망원월드컵시장에 고유가 지원금 사용가능매장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중동 사태 발 에너지 충격으로 고물가 위기가 고조되자 정부가 전쟁 추경을 통한 지원금 지급과 석유 최고가격제를 병행하며 전방위적인 물가 방어에 나섰다. 단기적인 물가 억제 효과를 내고 있으나 한편으론 억눌린 인상 압력이 한꺼번에 분출되는 '용수철 물가'의 위험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특히 지원금에 따른 통화량 증가가 물가를 자극하는 상황에서 정책을 종료하게 되면 물가에 더 큰 쇼크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지수 지출목적별 분류에 따르면, 4월 개인운송장비 연료 및 윤활유 지수는 150.13(2020=100)으로 전월(3월·138.87) 대비 8.1% 상승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크게 치솟았던 2022년 7월(156.77) 이후 3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 기록적인 수치조차 정부가 물가 상승 압력을 누른 결과물이다. 당국은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가 없었다면 휘발유 가격은 l당 2200원, 경유는 2800원까지 상승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도 약 1.2%p 더 높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중동 전쟁이 종료되거나 국제 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최고가격제를 지속할 방침이지만, 시장에서는 '용수철 물가'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더군다나 최고가격제를 중단하게 되면 억눌려 있는 가격 인상분이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소비자 충격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고가격제는 고물가 상승 압력을 막기 위해 장기간 가져갈 정책 수단은 되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다. 산업연구원에서는 단기적으로 석유 최고가격제가 가격 급등 억제와 소비자 부담 완화에 이바지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왜곡, 공급 축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적 시장 안정 수단으로의 제한적 활용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석유 최고가격제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계속 하게 되면 손실 보상 이런 문제가 있다"며 "지금 전쟁을 하지 않고 있는 만큼 유류세 인하 등은 계속하되 석유 최고가격제는 종료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손양훈 인천대 명예교수는 "전 세계적인 전망을 보면 원유가는 올해 연말까진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최고가격제를 계속하면 정부가 배상해야 하는 돈이 늘어 감당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다 보니 국민이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생각이 없고, 정부도 그런 메시지를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며 "최고가격제를 길게 할수록 정부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위축된 내수를 일시적으로 부양할 수 있으나, 장기적인 경기 회복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재정 투입이 시중 유동성을 확대해 오히려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 불안이 지속하면 실질 구매력이 하락해 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는 상쇄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자극할 시중 통화량이 이미 상승세라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M2(광의통화, 평잔)는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5.6% 증가하며 시중 유동성이 꾸준히 불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고유가 피해지원금에 대해서도 물가 안정에 큰 효과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 교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경제 정책이 아니다"며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아예 효과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원금을 주면 원래 돈을 써야 할 곳에 지원금을 그대로 쓰고, 돈이 남으면 다른데 쓴다"며 "국내 소비를 늘리는 데도 효과가 없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도 효과가 없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아주 일시적으로 영향을 줄 뿐 임시적인 방패"라며 "피해지원금이 국제 유가 상승이라는 큰 대상을 막긴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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