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전기차·하이브리드가 함께 달린다

입력 2026-05-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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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전동화의 세계적 흐름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문제는 전동화의 방향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배터리 전기차’라 앵무새처럼 되뇌어 온 것이 마치 초기 인공지능 챗봇인 ‘심심이’의 피드백과도 같았다는 점이다. 그러다 전기차 화재와 충전 인프라 불안이 부각되자 시장에는 일순간 배터리 전기차 회의론이 비등했다.

다시 중동 전쟁 같은 지정학적 요인으로 에너지 가격과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기차 효율성과 에너지 안보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끈 떨어진 연처럼 낙관과 비관이 비등했다. 선동적 낙관, 공포에 기댄 비관 모두 깊은 고민 없는 마타도어에 다름 아니다.

‘배터리 전기차가 대세’ 주장 경계하고

수년 전 현대차그룹 전동화 전략 자문 때 짚어줬던 포인트가 있다. “전동화는 최고급 차로 벤치마킹하고 BMW M 같은 제조사 튜너 육성을 고려하며, 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주행거리 확장형 전기차도 일종의 플러그인이다), 배터리 전기차, 그리고 연료전지 전기차 모두를 함께 고려하며 가야 한다”라고 조언한 기억이 있다. ‘다행히’ 전망은 맞아가고 있고, 현대차그룹은 잠시 헤매기는 했지만, 지금은 잘 대처하고 있다.

그럼, 이후의 우리의 차량 전동화 전망은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가 서로 경쟁하며 밀어내는 것이 아니다. 단일 경로가 아니라 각자 조건에서 함께 확장되는 경로로 전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즉, 전동화 확장의 동시성). 물론 이를 ‘일시적인 예외 상황’으로 볼지, ‘뉴 노멀’로 볼지에 따라 완성차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전략은 크게 달라진다. 전동화는 더 이상 단일 기술 간 우열 경쟁이 아니며, 사용 지역, 주행 거리, 충전 환경, 에너지 가격, 구매력 같은 총소유비용(TCO)에 따라 최적 믹스가 달라진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제언한다.

다만, ‘순수 내연기관차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라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세계가 배터리 전기차 일변도로 재편된다는 주장은 너무 단순하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같은 내연기관 기반 전동화와 배터리 전기차, 연료전지 전기차 같은 전기 구동기 기반 전동화가 동시에 확장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전력망과 충전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권역이 훨씬 더 많으며 내연기관 기반 전동화가 현실적인 대안인 곳도 상당히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덧붙여, 고도 자율주행의 관점에서도 아주 중요하다. 십수 년 전만 해도 고도 자율주행이 내연기관차에서도 금방 상용화될 것처럼 요란스러웠지만 실제 전개는 훨씬 복잡했다. 고도 자율주행의 구현에 ‘대전력 소비’가 필요하다는 것은 최근에야 검증되었기에 본격화하는 선진화 차량 보급 국가와 권역에서는 전기 구동기 기반 플랫폼인 배터리 전기차가 보조금이 일몰되어도 차별화하여 선호되기도 한다.

차량 전동화와 연동된 新전략 마련해야

하이브리드와 배터리 전기차가 동시에 확장되면 배터리 수요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추세가 ‘정교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배터리 산업도 ‘전동화 확장의 동시성’을 주요 변인으로 고려해야 한다. 배터리 전기차만이 시대의 대세라는 단세포적인 전망을 맹목적으로 추종한 셀사들은 어김없이 ‘오버 커패시티(설비 과잉)’의 저주에 허덕이며 생존을 위협받고 있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덧붙여, ‘전기에너지저장장치(EESS)’도 ‘AI 데이터센터’보다 ‘차량 전동화’와 연동된 전력망 재구조화에 있음을 명심하며 배터리 전기차도 하이브리드도 함께 달리고 있음을 전제한 신전략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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