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쿠팡 관련 제재 이슈가 한·미 관계의 변수로 부상한 가운데 "쿠팡 문제는 법적 절차대로 처리하고, 안보 협상은 협상대로 진전해야 한다"며 분리 대응 방침을 밝혔다. 아울러 정동영 통일부 장관 발언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서는 "인식의 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과도한 정치 쟁점화는 수습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쿠팡 제재 이슈와 정동영 통일부 장관 발언 논란이 맞물리며 한·미 관계에 긴장 기류가 감지되는 가운데, 위 실장이 순방 중 현지에서 직접 입장을 내놓은 것은 사안의 엄중성을 정부가 그만큼 무겁게 보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위 실장은 23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쿠팡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위 실장은 "쿠팡 문제는 양국 정부 간 이슈로 보기에는 기업적 성격이 강하지만, 현재로서는 쿠팡 문제가 한·미 간 안보 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는 동맹 관계 전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쿠팡 문제가) 동맹관계 전체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연시키지 않아야 한다"면서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해당 문제와 관련해 우려 서한을 보낸 것에 대해서는 "미국 의원들이 기업에 대한 의견을 표할 수 있지만, 그것과 안보협의가 연결되는 건 또 다른 문제"라며 "의원들과 접촉해 설명하고 이해를 제공하는 노력을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정 장관 발언을 둘러싼 한미 간 갈등에 대해서는 "한미 관계는 동맹 관계로 매우 밀접하기 때문에 다양한 현안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도 "양측 사이에 인식의 차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미국에서 공유받은 정보가 아니라 여러 경로의 오픈소스에서 취득한 내용을 언급한 것이라는 입장이고, 미국 측은 자국이 제공한 정보가 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로의 인식과 이해의 차인 만큼 협의해서 조정할 수 있고, 앞으로 나갈 길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이런 상황을 잘 정리해 단기간 내 수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 발언이 기밀 누설에 해당하느냐는 거듭된 질문에는 선을 그었다. 위 실장은 "통일부에서 여러 차례 설명했듯이, 정 장관이 언급한 것은 미국이 공유한 정보에 기초한 게 아니라 오픈소스에서 취득한 내용"이라며 "그 핵심은 미국에서 받은 정보를 유출한 게 아니라는 것이고, 그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못 박았다. 한미 간 연합비밀 지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연합비밀이라는 건 정 장관 말과는 구분해야 한다. 정 장관 발언이 연합비밀을 듣고 공유한 것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정 장관은 그런 정보를 받은 적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사안이 국내 정치 쟁점으로 번지는 데 대해서는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위 실장은 "이 사안이 과도하게 논란 대상이 되고 정치 쟁점화될 경우, 단기간에 상황을 수습하고 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가는 데 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맹관계를 잘 관리하려면 정치 쟁점화하지 말아야 한다. 여야 간 대결 소재로 증폭되는 것이 우려된다"며 "정부 간 대화로 풀어가려는 노력을 좀 기다려 달라"고 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에 대해서는 "가급적 단기간 내에 전환을 완료한다는 것이 현 정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상원 청문회에서 '정치적 편의주의가 조건을 앞질러선 안 된다'고 발언한 것을 한미 이견 신호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위 실장은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은 사령관으로서 개인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작권 전환은 한미 외교·국방 당국 간에 다루는 문제이고, 조속한 전환을 바라는 우리 입장은 충분히 전달돼 있다"고 말했다.
한중 관계와 관련해서는 "성공적인 정상 방문 이후 고위급·각료급·차관급 교류가 탄탄하게 진행 중"이라며 최근 제기된 이상기류설을 일축했다. 위 실장은 "대만 표기 문제는 일관성의 작은 이슈이고, 그것을 한중 관계 전반과 연결하는 건 잘못된 그림"이라고 지적했다. 장성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방중 무산설에 대해서도 "요소수 문제가 해소됐기 때문에 현재는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 아니다. 별개의 사안을 연결하면 잘못된 해석이 나온다"고 선을 그었다.
주한 미국 대사 내정자에 대해서도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위 실장은 "내정자는 저도 개인적으로 잘 아는 분이고, 외교 라인과 오랫동안 연결이 있다"며 "보수적인 정치인이고 트럼프 행정부와 가깝지만, 극우처럼 비치는 일부 보도는 과도하다"고 했다. 그는 "여기 오면 한미 관계를 풀어가는 데 좋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