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역대급 실적에 따른 보상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생산 차질과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으로 보고 있다. 특히 회사 측이 제시한 6400억원 규모의 직접 손실은 최소치에 불과해 파업 현실화 시 ‘보이지 않는 손실’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법원에 제출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은 단순한 방어 조치를 넘어 바이오 공정 특성에 따른 불가피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바이오의약품은 살아있는 세포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만큼 공정의 연속성이 핵심이며 중단 시 회복이 어려운 구조를 갖는다.
공정이 멈추면 해당 배치의 데이터 신뢰성이 훼손되며 결과적으로 해당 제품은 폐기 대상이 된다. 이는 생산 중단이 곧 물리적 손실로 직결되는 구조다. 회사가 사법부에 배양과 정제 공정을 ‘보안작업’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문제는 6400억원에 달하는 직접 손실 이후 발생하는 연쇄적인 영향이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라인은 풀가동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배치가 폐기되면 이를 대체하기 위한 재생산 작업으로 후속 계약 물량의 생산 스케줄이 연쇄적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생산 병목이 발생하면 납기 지연이 누적되고 이는 글로벌 제약사와의 계약에서 위약금 발생이나 계약 해지, 대체 생산처 확보 비용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직접 손실 6400억원은 시작일 뿐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기회비용과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합친 실제 피해액은 조 단위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핵심은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본질인 ‘신뢰’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대규모 생산을 맡기는 이유는 일정 준수와 품질 안정성에 대한 신뢰에 있다. 그러나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발생해 외부에 알려지면 ‘불안정한 생산 파트너’라는 인식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향후 수주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는 리스크다.
업계 내부에서는 구성원의 연령 구조에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으로 젊은 조직인 만큼 성과 보상에 대한 요구가 강한 반면 CDMO 사업의 본질인 신뢰 리스크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단기적인 보상 요구가 장기적인 사업 기반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사안은 개별 기업을 넘어 산업 전반의 문제로도 확장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바이오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글로벌 CDMO 시장에서 론자, 후지필름 등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생산 차질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경쟁사에는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시기에 발생한 파업 리스크는 경쟁사들에 반사이익의 기회”라며 “파업이 단순한 내부 협상의 도구를 넘어 국가 전략 산업의 생태계 전체를 위협할 수 있어 노사 모두 이해관계를 넘어 산업 전반의 파급 효과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