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설립 전부터 물밑 경쟁 치열

1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4동. 사업지로 향하는 골목 초입과 주요 동선에는 대형 건설사 이름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조합 설립도 이뤄지지 않은 단계지만 현장에는 이미 건설사들이 서둘러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공식 수주전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전초전이 한창인 분위기다.
서울시와 광진구에 따르면 자양4동 A구역은 광진구 자양동 57-90번지 일대 13만9130㎡ 규모의 주택재개발 사업지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이 일대를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했으며, 정비계획에는 최고 49층, 2999가구 규모의 공동주택 조성 계획이 담겼다. 이곳은 신속통합기획을 거치며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 적용됐고 법적상한용적률 299.92%가 반영됐다.
현장을 둘러보면 왜 이곳이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을 끄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한강과 맞닿아 뚝섬한강공원이 바로 이어지고 건너편으로는 성수동 일대 스카이라인이 펼쳐진다. 7호선 자양역과도 가까워 도심 접근성까지 확보했다. 한강 조망과 성수 생활권을 동시에 확보한 입지에 3000가구에 육박하는 대단지 규모까지 더해지면서 건설사 입장에서는 단순 주택사업을 넘어 브랜드를 걸 수 있는 사업지로 꼽힌다.
이 같은 기대감은 별칭에도 드러난다. 성수1~4지구와 맞닿은 입지 탓에 인근에서는 자양4동 A구역을 ‘성수5구역’으로 부르는 말도 돈다. 공식 명칭은 아니지만 한강변 초고층 재개발로 주목받는 성수전략정비구역의 다음 축으로 보는 시선이 반영된 표현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한강변 입지에 성수 생활권, 3000가구에 가까운 규모까지 갖춘 사업지는 흔치 않다”며 “이 정도 조건이면 주요 건설사들이 다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수주 경쟁도 자연스럽게 붙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입지와 사업 조건이 맞물리면서 건설사뿐 아니라 주민들의 사업 추진 기대감도 높아진 모습이다. 사업은 현재 조합설립 동의 절차가 진행 중이다. 자양4동 A구역 조합설립 주민협의체에 따르면 토지 등 소유자 1526명을 대상으로 이달 9일부터 동의서 징구가 시작됐고 일주일 만에 동의율 59.04%를 확보했다. 1500명이 넘는 대규모 사업지에서 단기간 내 이 같은 동의율을 기록한 것은 이례적인 수준이다. 조합 설립을 위해서는 토지 등 소유자 7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성수 1~4지구는 각각 시공사가 나뉘지만 여기는 한 시공사가 맡게 되면 규모가 훨씬 커진다”며 “성수는 물론 압구정과 비교해도 입지 경쟁력이 뒤지지 않고, 브랜드를 걸기에도 좋은 사업지”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열린 조합설립 동의를 위한 주민설명회 현장 앞에서도 대형 건설사 관계자들이 줄지어 입주민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공식적인 시공사 선정 절차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건설사 간 물밑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다만 주민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한 주민은 “대형 건설사에 하이엔드 아파트까지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며 “입지만 보면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반면 분담금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현재 자양4동 A구역의 추정 비례율은 111.26% 수준이다. 비례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분담금을 부담하더라도 그 이상 수익이 기대되는 구조라는 뜻이다. 다만 공사비 상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분담금이 늘어날 가능성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이곳에 40년 넘게 거주해온 한 주민은 “사업성이 좋다고는 하지만 공사비가 계속 오르고 있어 분담금이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주민 대부분이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상황에서 결국 비용이 가장 큰 변수”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