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부담·보장 불확실성에 ‘평생 안심’과 거리

반려동물 1500만 시대를 맞아 보험업계가 ‘20년 만기’와 ‘노령견 가입 확대’를 내세워 시장 선점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려동물의 고령화 흐름에 발맞춰 장기 보장 체계를 강화하며 ‘평생 안심’ 마케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고무줄 보험료와 까다로운 보장 조건 탓에 “체감 효용이 낮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펫보험 시장의 화두는 단연 ‘만기 연장’이다. 메리츠화재는 반려견·반려묘 보험을 ‘1년 만기, 만 20세까지 보장’하는 상품으로 운영하며 기선을 제압했고, 삼성화재 역시 갱신을 통해 만 20세까지 보장 기간을 늘리며 맞불을 놨다. 하지만 이러한 파격적인 보장 기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펫보험을 ‘길게 믿고 가는 보험’보다는 ‘매년 보장 조건과 인상폭을 걱정해야 하는 보험’으로 인식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긴 만기 설정이 가입자의 실질적인 안심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가입 시점의 혜택보다 가입 이후의 유지 가능성을 더 우려한다. 손해율에 따라 보험료가 가파르게 오르거나, 갱신 시점에 보장 범위가 축소될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펫보험은 일반 보장성 보험과 달리 손해율 관리가 까다로워 가입자의 체감 인상 폭이 큰 편이다.
이러한 인식의 간극은 객관적인 수치로도 증명된다.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 보험에 대한 인지도는 91.7%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미가입 사유를 살펴보면 ‘월 납입 보험료 부담(50.6%)’이 절반을 넘었으며, 가입자들의 불만 사항 역시 ‘적은 보장 범위(43.1%)’와 ‘보험료 수준(42.6%)’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결국 보험료를 낼 때는 부담이 크고 막상 혜택을 받으려 하면 보장이 부족하다는 것이 시장의 냉정한 평가다.
금융당국의 감독 방향 또한 ‘장기 보장’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진다. 당국은 지난해 펫보험이 장기 상품 형태로 판매되더라도 실제 재가입 주기는 1년 단위로 엄격히 관리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이는 의료비 과잉 청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1년마다 새로 가입을 심사받는 보험’이라는 인식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만기가 20년이라 해도 보장 조건이 끝까지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면 장기 계약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내에서도 시장 확대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펫보험은 성장 가능성이 큰 전략 상품이지만, 인보험과 달리 과거 치료 이력을 표준화하여 확인하기 어려운 맹점이 있다”며 “부실 고지 후 가입했다가 나중에 고지의무 위반으로 계약이 해지되는 분쟁 사례가 빈번한 만큼, 가입 단계에서의 성실 고지와 투명한 정보 공유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국내 반려인 인구가 급증하며 시장은 여전히 블루오션이지만, 초기 단계인 만큼 가입자와 보험사 간의 신뢰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단순히 가입 연령을 높이거나 일부 치료 이력을 눈감아주는 문턱 낮추기식 경쟁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펫보험 경쟁의 본질이 단순한 ‘기간 늘리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의 보험료 산정과 급여·비급여 항목의 투명화, 그리고 장기적으로 예측 가능한 보장 구조를 확보하는 것이 펫보험 대중화의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