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은 광장·테라스 녹지로 재편
GBC 중심 삼성~잠실 축 구축…완성은 단계적

출근 시간대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삼성역 사거리 일대에는 신호가 바뀔 때마다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서고 도로 한가운데에는 공사 펜스와 대형 장비가 줄지어 서 있다. 과거 왕복 14차선이던 도로는 공사로 8차선까지 줄어들며 차량 흐름은 답답해졌다. 5년 넘게 이어진 공사에 익숙해진 듯하지만 보행자는 좁아진 인도를 따라 발걸음을 재촉하고 차량은 엇갈리듯 교차로를 빠져나간다.
지금은 교통 혼잡과 장기 공사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이 일대는 향후 교통과 보행, 업무·문화 기능이 결합된 강남 동남권 재편의 핵심축으로 탈바꿈한다. 지하에는 광역철도와 버스 환승 기능이 집적되고 지상에는 광장과 녹지 중심의 보행 공간이 조성되면서 단순한 도로였던 영동대로는 사람과 기능이 모이는 입체 도시 공간으로 전환된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은 삼성역 사거리부터 9호선 봉은사역이 위치한 코엑스 사거리까지 약 1㎞ 구간에 지하 5층, 연면적 약 17만㎡ 규모의 광역복합환승센터와 공공·상업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4개 공구로 나뉘어 추진되는 이 사업은 2015년부터 단계적으로 진행됐으며 2021년 2월 3·4공구 토목공사 착공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공사 단계에 들어섰다. 사업 완료 목표 시점은 2028년 말이다.
이 사업의 핵심은 흩어진 교통 기능을 하나의 공간에 집약하는 데 있다. 지금의 영동대로가 차량 흐름 중심으로 설계된 공간이라면 완공 이후에는 교통수단 간 환승과 보행이 중심이 되는 구조로 바뀐다.
지상은 광장과 녹지 중심 공간으로 재편되고 철도와 버스, 상업 기능은 지하로 내려가는 입체적 구조다. 차량이 차지하던 공간 위에 사람이 머무는 공간을 얹고 그 아래에 교통을 배치하는 도시 재구성이 동시에 이뤄지는 셈이다.
지하 공간은 철도와 버스, 보행 동선이 결합된 형태로 설계됐다. 지하 1층에는 버스정류장과 삼성역 대합실이 들어서고 지하 2층에는 공공·상업시설과 승강장이 배치된다. 지하 3층에는 통합대합실과 주차장, 지하 4층에는 위례신사선, 지하 5층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C 승강장이 들어선다.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지하화해 버스 환승 체계를 재구성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지상부 역시 큰 변화를 맞는다. 영동대로 상부에는 길이 약 260m 규모의 지상광장과 테라스형 녹지공간이 조성될 예정이다. 지금처럼 차량이 도로를 가득 채우는 대신, 시민들이 머무르고 활동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차량 통행이 완전히 사라지는 구조라기보다 교통 기능을 지하로 분산해 지상 보행 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에 가깝다.
공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일대에서는 불편과 함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나온다. 인근에서 근무하는 한 직장인은 “출퇴근 때마다 공사 구간 때문에 동선이 꼬이고 시간이 더 걸리는 건 사실이지만 환승시설이 정리되고 지상에 광장이 조성되면 지금처럼 지나가는 길이 아니라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바뀔 것 같다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 개발사업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삼성동 일대 재편의 출발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사업이 교통과 보행의 기반을 구축하는 사업이라면 그 위에 업무·문화 기능을 얹는 중심에는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가 있다. 지난해 개발계획 변경안이 확정되고 공사가 본격화되면서 삼성역 일대 변화도 점차 현실화되는 흐름이다.
GBC는 업무시설뿐 아니라 전시장과 공연장 등 문화 기능을 포함한 복합개발로 추진된다. 영동대로 지하 공간과 연결되는 보행축과 공개공간이 함께 조성되면서 삼성역 일대에 체류형 수요를 유입시키는 거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GBC 개발을 통해 확보된 공공기여 1조9827억원은 영동대로 지하 공간 복합개발 등 일대 기반 인프라 구축에 활용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삼성역 일대 이용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GTX와 도시철도, 버스 환승 기능이 한 공간에 집적되고 보행 동선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지금처럼 분산돼 있던 유동인구가 삼성역 일대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또 삼성역에서 시작된 변화는 잠실까지 이어진다. 서울시는 잠실 스포츠·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복합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며 삼성역 일대와 연계한 보행 환경 개선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계획에 따라 ‘탄천보행교’가 신설될 예정이다. 이 보행교는 탄천동로 지하화 구간과 연결되고 단지 내 공공보행통로와 올림픽대로 상부 덮개공원을 거쳐 한강 수변공원까지 이어지는 구조로 조성된다. 단절돼 있던 도로와 수변 공간을 하나로 잇는 연속적인 보행 동선이 구축되는 셈이다.
이를 통해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과 국제교류복합지구, 강남권 주요 거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보행축이 형성된다. 삼성역과 잠실을 중심으로 교통과 보행이 결합된 연속적인 공간 구조가 구축되면서 동남권 일대 이동 방식과 공간 활용에도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김주형 한양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영동대로 지하 공간 복합개발은 단순한 환승센터를 넘어 주변 개발과 결합해 도시 구조를 재편하는 사업”이라며 “교통과 보행 기반이 먼저 구축되면서 삼성역 일대가 새로운 중심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변화가 한 시점에 완성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동대로 지하 공간 복합개발과 GBC, 잠실 스포츠·MICE 사업, GTX 삼성역 개통이 맞물려 추진되고 있지만 완료 시점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영동대로 지하 공간 복합개발은 2028년 말로 준공이 예정돼 있지만 GBC는 2031년 말, 잠실 스포츠·MICE 사업은 2032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GTX-A 삼성역 역시 올해 하반기 무정차 통과 이후 2028년 완전 개통이 예정돼 있다. 이로 인해 삼성역 일대 재편 효과도 순차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김 교수는 “개별 사업의 완료 시점이 서로 다른 만큼 초기에는 교통 인프라 중심의 변화가 먼저 나타나고 이후 업무·상업·전시 기능이 단계적으로 확장되는 흐름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며 “결과적으로 삼성역 일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능이 축적되며 중심성이 강화되는 구조로 재편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