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없는 ‘신속시범사업’...기존 무기 ‘재조합’에 혈세 샌다 [K-방산, 그들만의 리그 上]

입력 2026-04-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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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첨단기술 軍도입 취지 불구
기존무기 단순 개조ㆍ재조합 그쳐
무기체계 획득 절차 우회통로 전락
보안 등 산업 진입장벽도 혁신 막아

올 1분기 K-방산 빅4(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 D&A·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합산 영업이익이 1조원 돌파를 예고하며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외형 성장 이면에는 첨단 민간 기술의 군 도입을 위해 마련된 ‘신속시범사업’이 낡은 관행에 가로막혀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등 제도적 사각지대가 방치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1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역대급 수출 호황을 맞은 K-방산의 이면에 첨단기술 도입을 위한 신속시범사업이 기업의 이윤 창구나 기존 무기의 ‘신분 세탁’ 통로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간 혁신 기술을 군에 빠르게 수혈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선정 과제 상당수가 기술력이 낮은 재래식 무기의 단순 개조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다.

신속시범사업은 인공지능(AI), 무인기, 로봇 등 민간의 최첨단 기술을 전장에 빠르게 접목하기 위해 2020년 전격 도입됐다. 기존 무기체계 획득 방식이 기획부터 전력화까지 평균 14.1년이 소요되면서 정작 실전에 배치될 때는 이미 ‘구식’이 돼 버리는 기술 진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미국, 일본 등 방산 선진국들의 제도를 벤치마킹한 이 사업은 ‘K-방산 2.0’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전 세계적인 군비 증강 흐름 속에서 한국이 2030년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과 빠른 납기를 넘어, AI 기반 유무인 복합체계 등 첨단 전력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민간의 혁신 기술이 군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시범 사업 이후 실제 양산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느슨하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선정 과제 중에는 재래식 무기나 기존 체계를 단순 개조·조합한 수준의 사업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방산업계에서는 첨단기술을 군에 빠르게 이식하는 통로가 아니라, 절차가 복잡한 기존 획득 체계를 우회하는 창구처럼 쓰이고 있다는 우려가 잇따른다. 기울어진 운동장 지적도 나온다. 현 규정상 제안서 평가 기준이 방위사업 분야 기 참여 실적, 시설, 보안 등 기존 방산기업에 유리해 첨단기술을 보유한 민간기술기업의 진입은 거의 불가능하다.

2022~2025년 선정된 과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사업 대부분을 현대로템, 현대위아, 기아, 한화시스템, 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대기업이 독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적인 기술력을 가진 중소·벤처기업의 진입을 돕겠다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하게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된 셈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역시 해당 제도의 운영 방식에 경고등을 켰다. KISTEP 측은 “선정 과제 중 첨단기술로 보기 어려운 재래식 무기 관련 사업이 일부 존재한다”며 “이는 까다로운 정규 획득 체계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속시범사업의 예산 규모는 2022년 459억5700만원에서 시작해 2025년에는 983억8600만원으로 늘었다. 4년간 투입된 총금액은 2519억원에 달했다.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기존에 없고, 상식을 파괴할 수 있을 정도의 혁신적이고 진취적인 무기 체계를 군에 이식하자는 게 사업 취지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면서 “좋은 기술을 갖고 있는 민간의 강소 기업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장벽과 허들을 낮춰주는 방위사업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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