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출·조세지출 합계 808조5000억 원...첫 800조 돌파
추경 집행 속 벌써부터 '2차 추경론' 거론...국가부채 부담↑

중동 사태로 이른바 '전쟁 추경' 집행이 막 시작된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 벌써 '2차 추경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중동사태 장기화라는 전제 조건에도 지난해 국가채무가 1300조 원을 넘어선 데다 중앙정부의 재정과 조세지출 합계가 800조 원까지 돌파하면서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2025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D1)는 1천304조5000억 원(잠정)으로 전년 결산보다 129조4000억 원 늘었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을 함께 보면 지난해 국가채무 증가 폭은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공식 집계를 공표하기 시작한 1997년 이후 가장 크다.
연 단위 국가채무가 감소한 적이 없어 해당 총액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해왔다. 1년 동안 100조 원 넘게 증가한 건 2020년(+123조4000억 원)과 2021년(+124조1000억 원)을 포함해 지난해까지 3개 연도뿐이다. 지난해 국가채무 증가율은 약 11%로 2021년 14.7%를 기록한 후 4년 만에 가장 컸다.
국가채무는 정부가 직접적인 상환의무를 부담하는 확정채무로 중앙정부 채무와 지방정부 순채무를 합산한 값이다. 확정치는 지방 정부 결산이 끝나는 8월 이후 나온다.
국가채무가 최대 규모로 늘면서 GDP 대비 비율(국가채무비율)도 급상승했다.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46.0%에서 올해 49.0%로 3.0%포인트(p) 높아졌다.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2020년 5.7%p 치솟은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국가채무비율은 2021년 2.6%p, 2022년 2.2p%p, 2023년 0.9%p로 점차 상승 폭을 줄이다 2024년 0.8%p 하락한 뒤 급반등했다. 앞으로는 국가채무가 연간 100조 원 넘게 증가하는 게 뉴노멀 될 수 있다.
중앙정부 곳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대한민국 조세'에 따르면, 올해 예산안 기준 재정지출과 조세지출을 합한 정부지출 규모는 808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재정지출이 728조 원으로 90.0%를 차지했고, 조세지출은 80조5000억 원으로 나머지 10.0%다.
새 정부 확장재정 기조에서 재정지출은 늘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 26조2000억 원의 추경이 편성되면서 재정지출 규모는 753조 원으로 증가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11.8%다. 기획예산처가 2027년 예산안 편성지침을 통해 내년에도 적극적 재정 운용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재정지출은 800조 원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더 우려스러운 건 인구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연금·의료 등 의무지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도 이를 완화하기 위해 내년에는 의무지출도 10%를 감축하는 고강도 지출구조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복지 지출 비중이 높은 현실을 고려하면 실제 구조조정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세지출 증가 속도도 가속 페달을 밟았다. 세액공제·감면 형태로 이뤄지는 조세지출 역시 사실상 재정지출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지난해 76조 원을 웃돌며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80조5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는 올해 조세지출 기본계획에서 일몰 예정인 제도를 번번이 연장하는 관행에서 탈피해 '일몰 재도래 시 제도 폐지' 원칙을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 안팎에선 2차 추경론이 거론되지만, 정부는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주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일부 언론이 마치 정부가 2차 추경을 이미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확대해석하고, 야당 일각에서 정치적으로 왜곡·호도하는 행태에 매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변수는 앞으로 중동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하느냐에 달렸다. 이번 추경은 직접적으로 3개월, 간접적으로는 6개월 정도 대응할 수 있는 규모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일각에선 2월 말 중동 전쟁 발발 이후 한 달여 시간이 지난 현시점에선 2차 추경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전쟁이 3개월 이상 장기화하거나 파키스탄 중재의 '미국-이란 종전 협상'과 별개로 호르무즈해협 항해 차질이 해소되지 않을 때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