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마지막 공급 카드 ‘서리풀’ 흔들⋯주민 반발·문화유산 변수 겹쳤다

입력 2026-04-1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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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 3차례 무산, 시의회까지 제동⋯지정 일정 불투명
“보존 vs 개발” 갈등 확산⋯문화유산 조사 변수까지 겹쳐
국토부 “사업 문제 없어” 강조⋯전문가 “일정 지연 불가피”

▲서울 서초구 원지동 일대에 개발제한구역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는 모습. (뉴시스)
▲서울 서초구 원지동 일대에 개발제한구역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는 모습. (뉴시스)

정부가 강남권 핵심 주택 공급지로 내세운 서울 서초구 서리풀 공공택지 개발이 곳곳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특히 서리풀2지구는 주민 반발과 문화유산 변수까지 겹치며 공공주택지구 지정 자체가 미뤄졌다.

12일 관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9일 예정했던 서리풀2지구 공공주택지구 지정 발표를 그 전날 돌연 취소했다. 서리풀지구는 서초구 원지동·신원동·염곡동·내곡동·우면동 일대에 약 2만 가구를 공급하는 사업으로 강남권 핵심 공공주택 공급지로 꼽힌다.

국토부는 2024년 11월 이 일대 221만㎡ 규모 그린벨트를 해제해 1지구(1만8000가구)와 2지구(2000가구)로 나눠 개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을 통해 보상 절차를 최대 1년 앞당기는 등 사업 속도를 높였다.

1지구는 올해 2월 공공택지로 지정됐지만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서리풀1지구 주민들은 수십 년간 그린벨트로 묶이면서 재산권 침해를 받아왔다고 주장한다. 주민대책위원회는 정부의 지구 지정이 주민과의 소통 없이 이뤄진 일방적 조치라며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상태다.

2지구 역시 주민 반발과 문화유산 변수 등이 겹치며 지정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송동마을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서리풀2지구 공공택지 지정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13일부터 침묵시위에 나설 계획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본지 자문위원)은 “공공택지 개발은 정부 주도의 사업 추진 과정에서 기존 거주민과 토지 소유자의 반발이 불가피해 사업 지연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이어 “서리풀처럼 강남권 주거지는 거주 지속 의지가 강해 단순 보상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리풀2지구 주민들은 개발이 아닌 보존을 요구하며 갈등 수위를 높이고 있다. 2지구에는 우면동성당과 송동마을, 식유촌마을이 포함돼 있는데 이 가운데 약 30가구가 거주하는 송동마을은 여산 송씨 일가가 600여 년간 터를 이어온 집성촌이다. 단종의 장인으로 알려진 송현수 일가의 묘역이 자리한 곳으로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흥행과 맞물려 역사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는 점도 반발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주민들은 송현수 일가의 묘역이 지구계획안에 포함된 점을 문제 삼으며 수차례 재검토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현재 해당 묘역은 성명불상자의 묘 또는 단순 임야로만 조사된 상태로 문화재로서의 공식적 지위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문화유산 훼손 가능성을 우려하며 개발 계획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의회도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시의회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초 두 차례 본회의에서 우면동성당·송동마을·식유촌마을을 개발계획에서 제외해 달라는 청원을 잇달아 가결했다. 서울시 역시 주민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해당 지역 존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 달라는 의견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절차적 차질도 이어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추진한 전략환경영향평가 공청회는 주민 집단 불참으로 세 차례 연속 무산됐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18일 공청회 생략을 공고했다. 환경영향평가법상 공청회가 두 차례 이상 무산될 경우 환경부 협의 단계로 바로 넘어갈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공청회 생략에도 불구하고 현장 반발은 여전히 거센 상황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무리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리풀지구 지정에는 문제가 없다”며 “공공택지 사업에서 주민 반발이 없는 경우는 드물고 법적 요건을 충족하면 지구 지정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조사와 협의를 거쳐 보상 수준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 지구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사업 일정에도 큰 차질 없이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전문가는 주민 갈등이 사업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문화유산 이슈와 주민 반발이 겹치면 보상 갈등을 넘어 절차적 정당성과 공공성 논란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공청회 무산과 행정소송 등이 이어지면 보상비 상승, 공급 지연, 사회적 갈등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사업 속도를 위해서는 갈등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문화유산 보전 범위와 활용 방식을 먼저 확정한 뒤 용적률과 기반시설 등을 재조정하는 정밀한 도시계획 접근이 필요하다”며 “속도보다 갈등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급 확대의 핵심은 강행이 아니라 주민 의견을 반영해 사업 수용성을 높이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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