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여 년간 임시이사 체제로 이어진 부산 대표 사학 정선학원(구 브니엘학원)이 다시 법정으로 향했다.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일련의 행정이 오히려 또 다른 분쟁을 낳았다는 점에서, 부산시교육청의 책임론이 정면에 섰다.
정근 전 이사장은 8일 부산시교육청과 국가를 상대로 39억5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부산지방법원에 제기했다.
향후 손해액을 최대 150억 원대까지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쟁점은 단순한 금전 분쟁이 아니다. 공적 승인에 대한 ‘신뢰 보호’가 작동했는지 여부다.
정 전 이사장 측은 2006년 교육청의 정식 승인 아래 이사장직을 맡아 설립자 측이 남긴 부채 약 37억 원을 상환하고, 추가 채무 정리와 시설 투자에 30억 원 이상을 사재로 투입했다고 주장한다.
기숙사 신축과 교육환경 개선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학원 정상화의 실질적 비용을 개인이 부담했다는 논리다.
문제는 그 이후다.
2007년 사학 관련 판결을 계기로 촉발된 이사 선임 무효 소송 과정에서 행정 판단이 뒤엉키며, 결과적으로 정 전 이사장이 운영권을 상실했다는 것이 원고 측 주장이다.
교육청의 승인에 기반해 투입된 자금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권리만 소멸됐다는 것이다.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부산시교육청이 과거 재정 비위로 이사 전원이 해임됐던 설립자 측의 복귀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상화의 기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채를 발생시킨 당사자와 이를 해소한 출연자 사이에서 행정의 기준이 뒤바뀐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현재 학교는 설립자 측이 일정 규모의 부채를 변제하는 조건으로 조건부 정상화가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장기간 실질적 해결이 지연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또 다른 갈등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장기 분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교육 현장으로 번졌다. 경영권 불안정은 교원 인사와 교육과정 운영의 일관성을 흔들었고, 최근에는 학생 안전 문제까지 겹치며 학교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브니엘’이라는 이름이 더 이상 교육의 상징이 아니라 분쟁의 상징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번 소송은 단순한 손해배상 청구를 넘어, 교육청 행정의 적정성과 책임 범위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공적 승인에 기초한 투자와 기여가 사후적으로 부정될 수 있는지, 행정의 연속성과 신뢰 보호 원칙이 어디까지 인정되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비위 책임자 복귀에만 초점을 맞춘 채, 정상화 과정에서 실제 기여한 주체의 권리를 외면한다면 이는 또 다른 불신을 낳을 뿐”이라며 "사법적 판단을 통해 행정의 오류를 바로잡고, 피해에 상응하는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