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국내 최연소·최저 체중 환아 좌심실보조장치 삽입 수술 성공

입력 2026-04-0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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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림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 (사진제공=세브란스병원)
▲신유림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 (사진제공=세브란스병원)

국내에서 가장 어린 나이이자 가장 작은 체구의 말기 심부전 환아가 삽입형 좌심실보조장치(LVAD) 삽입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해 새 학기 등교를 앞두고 있다.

7일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심장의 펌프 기능이 저하된 중증 심부전으로 생명이 위태로웠던 만 6세 박민지(가명) 양은 지난달 이 병원에서 좌심실보조장치 삽입 수술을 받고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첫 등교를 준비하고 있다.

수술을 집도한 신유림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는 “소아 심부전 환자에게 LVAD를 삽입할 수 있는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사례”라고 말했다.

확장성 심근병증(DCM)은 심장이 늘어나면서 탄력성을 잃어 피를 펌프질하는 힘이 약해진 상태다. 심장이 피를 온몸으로 잘 보내지 못하게 돼 궁극적으로 심장이식이 필요한 질환이다.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인한 중증 심부전을 앓던 민지의 수술 당시 체중은 22kg에 불과했다.

지난해 12월 민지는 소화불량과 구토 증상으로 처음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을 찾고서 심근병증을 진단받았다. 의료진은 심장의 수축력을 증가시키는 정맥 강심제를 주사했지만, 호흡곤란, 구토와 같은 심부전 증상은 갈수록 나빠져 심장이식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결국 심실보조장치 삽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이전까지 국내에서 시행된 삽입형 좌심실보조장치(LVAD) 삽입 사례 중 최연소 환자는 11세였으며 체구 또한 성인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민지는 체구가 작았기에 수술 난도가 더욱 높았다. 성인과는 달리 가슴 안쪽 공간이 좁고 심장 내부 구조도 작아, 장치를 삽입할 공간 확보 자체가 어려웠다. 또 수술 후에도 소아 체구에 맞는 혈류량을 정밀하게 조절해야 하는 등 관리 역시 어려웠다.

기존에는 체구가 작은 소아 심부전 환자에게는 몸 밖에 장비를 달아 심장의 펌프 기능을 도와주는 체외형 심실보조장치인 ‘베를린 하트(Berlin Heart)’를 주로 사용했다. 그러나 체외형 장치는 큰 장비가 몸과 연결돼 있어 오랜 기간 입원해야 하고, 실제 맥박처럼 파동을 일으키는 박동형 구조로 인해 혈전이나 출혈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체내에 삽입하는 장치는 체외형이 가지는 한계는 적고 더 향상된 자기부상모터를 사용하지만, 몸 크기의 제약으로 인해 소아가 아닌 성인 환자에게만 적용됐다.

신유림 교수는 수술 전 단계부터 해외 전문 의료진과 협력해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했다. 미국 신시내티 아동병원(Cincinnati Children’s Hospital)에서 소아 LVAD 경험이 풍부한 교수진과 사전 논의를 진행했으며,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기반으로 3차원(3D) 시뮬레이션을 시행해 장치가 심장 내에 안정적으로 위치할 수 있는지 반복해서 확인했다. 이를 통해 제한된 공간에서도 정밀한 삽입이 가능하도록 맞춤형 수술 전략을 수립했다.

이번 치료에는 다학제 협진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정세용 세브란스병원 소아심장과 교수는 환자의 소화기 증상이 심부전에 의한 것인지를 감별하는 동시에, 최적의 수술 시점까지 약물치료를 유지하고 수술 후 우심실 기능 관리에도 특별히 신경 썼다. 심장마취과와 심장내과 교수진이 수술에 함께 참여해 장치 삽입과 수술 후 관리의 안정성을 높였다.

민지의 상태는 안정적이며, 다음 주 퇴원을 앞두고 있다. 감염 등 합병증 관리를 위한 정맥 주사 치료도 종료된 상태로, 퇴원 후에는 학교생활을 바로 시작하는 등 일상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이후에는 경과를 관찰하면서 심장이식을 진행하거나, 심실보조장치를 유지하는 치료 전략을 병행할 예정이다.

심실보조장치를 달고 퇴원하면 담당 LVAD 코디네이터가 24시간 보호자의 문의를 받는다. 일본의 경우 원격관리에 수가가 붙지만, 한국은 아직 비보상 업무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약물치료나 체외막산소공급장치(ECMO)로 버티기 어려운 말기 심부전 소아에게 LVAD는 중요한 치료 옵션으로, 환자와 의료진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유림 교수는 “이번 사례는 단순한 수술 성공을 넘어, 중증 심부전 소아 환자도 병원 밖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라며 “앞으로도 환아의 성장과 삶의 질을 함께 고려한 치료 전략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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