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저축을 건너뛴 빚투의 대가

입력 2026-04-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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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사람들은 예적금을 하지 않는다. 투자부터 한다. 수익률도 신통치 않은데 불안할수록 더 위험한 곳으로 몰린다."

최근 만난 한 시중은행장의 말이다. 이 짧은 말에는 지금 시장의 민낯이 그대로 담겨 있다. 예적금은 뒤로 밀리고 투자는 가장 익숙한 재테크가 됐다. 원금을 차곡차곡 쌓기보다 수익부터 좇는 흐름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다. 문제는 투자 자체가 아니다. 모으는 과정을 건너뛴 채 빚까지 얹어 시장으로 뛰어드는 데 있다.

시장이 좋을 때는 이런 흐름이 그럴듯해 보인다. 누구나 수익을 말하고 누구나 기회를 좇는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일단 시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조급함도 커진다.

하지만 시장이 흔들리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것은 수익률이 아니라 부채다. 최근 5대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상단은 연 7%까지 치솟았다. 3년 5개월 만이다.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은행채 금리도 중동발 불안 이후 0.5%포인트(p) 뛰었다. 돈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국면에서 레버리지는 자산을 불리는 수단이 아니라 손실을 키우는 장치가 된다.

부담은 이미 청년층에 먼저 쌓이고 있다. 고위험 가구에서 20~30대 비중은 최근 몇 년 새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으로 뛰었고 이들이 짊어진 금융부채도 두 배 이상 늘었다. 집을 사고 투자에 나서기 위해 끌어온 빚이 자산 형성보다 상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얘기다.

손실은 더 분명하다. 지난달 증권사 계좌 분석 결과, 신용융자를 쓴 개인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19%로 나타났다. 빚을 쓰지 않은 투자자보다 손실 폭이 두 배 이상 컸다. 20대도 다르지 않았다. 일반 투자자의 수익률이 -6.7%였던 반면, 신용융자를 쓴 20대는 -17.8%까지 떨어졌다. 빚이 수익으로 이어진 게 아니라 손실만 불린 셈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분위기다. 예적금은 답답하고 낡은 선택처럼 여겨지고 투자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불안이 세대를 밀어붙인다. 성실하게 모으는 사람보다 단숨에 불리는 사람이 더 주목받는다. 그러나 금리 7% 시대에 빚을 내 투자하는 것은 재테크가 아니라 위험을 앞당겨 떠안는 일에 가깝다.

이는 청년층에는 더 가혹하다. 자산은 얇고 소득은 불안정하다. 실패를 만회할 시간은 남아 있어도 실패를 견딜 여력은 넉넉하지 않다. 그런데도 시장은 끊임없이 '지금 안 하면 늦는다'고 부추긴다. 불안에 떠밀린 투자는 결국 빚으로 이어지고 그 대가는 상환 부담으로 돌아온다. 수익은 짧고 빚은 길다.

투자를 탓할 일은 아니다. 다만 저축이 사라진 자리를 건강한 투자보다 과도한 레버리지가 채우고 있다면 그 대가는 결국 가장 약한 곳으로 돌아간다. 빚투가 일상이 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개인의 선택으로만 남지 않는다. 저축을 밀어내고 레버리지를 기회처럼 포장하는 시장이라면 그 끝은 성장보다 상처에 가깝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화려한 수익률이 아니라 빚을 통제하는 절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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