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삼성물산 합병 손배소 첫 변론…“승계 작업” vs “위법·손해 없다”

입력 2026-03-1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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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이재용 경영권 승계 작업 과정 손해 발생”
삼성물산 “수년간 재판 거친 사안…위법성·손해 없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게양대에 걸린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이투데이DB)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게양대에 걸린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이투데이DB)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손해를 봤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형사 재판에서 합병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가 확정된 가운데, 민사 법정에서는 손해 발생 여부와 책임 범위를 둘러싼 공방이 본격화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정용신 부장판사)는 19일 국민연금공단이 이 회장과 삼성물산, 최지성·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임원,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소송가액은 약 5억1000만원이다.

앞서 공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리한 합병 비율로 보유 지분 가치가 훼손됐다며 2024년 9월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26일 제일모직 1주당 삼성물산 0.35주를 부여하는 비율로 합병을 결의했고, 같은 해 7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가결됐다. 당시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했던 공단은 합병에 찬성했다.

이날 재판부는 손해배상 책임 판단과 관련해 합병 과정의 위법성과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공단의 의결권 행사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각각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단이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의결권 행사 주체라는 점에서 지위가 중첩된 사건”이라며 “합병과 정부 개입 부분을 나눠 주장·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 소장은 합병 관련 부분에 집중돼 있고 정부 개입 부분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며 보완을 요구했다.

이날 공단 측은 합병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주도로 이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추진된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며, 의도적으로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 비율이 적용돼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삼성 측 인사와 공단 내부 관계자들이 결합해 공단에 손해를 입혔다며 공동 책임을 물었다.

공단 측 대리인은 “삼성 측은 합병 비율을 통해 이 회장을 포함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높였고, 공단 내부 인사들은 이를 방조했다”며 “주주 이익 보호 의무에도 불구하고 합병의 타당성과 가격 적정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불리한 합병 비율을 적용해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회장 측은 형사 판결을 근거로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형사 판결 결과만을 볼 수는 없고 각종 증거를 종합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우선 손해배상 책임 유무를 판단한 뒤 손해액을 산정하는 방식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의 모습. (연합뉴스)

반면 피고 측은 합병 과정에 위법성이 없고 손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 회장 측 대리인은 “관련 형사 재판에서 합병 목적과 과정의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원고 측 주장과 배치되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검찰이 제기한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도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안은 수년간 수사와 재판을 거쳐 충분히 심리된 사건”이라며 “(원고 측 주장은) 수년에 걸쳐 이미 판단이 이뤄진 사안을, 11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처음부터 다투자는 주장과 다름 없다”고 덧붙였다.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 측도 합병 과정에서의 의결권 행사와 민사상 손해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손해배상 책임과 인과관계, 손해액 산정 방식 등에 대한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다음 변론기일을 6월 4일 오후 3시로 지정했다.

한편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압박한 혐의로 각각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다. 이 회장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 지원을 대가로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으나, 합병 과정에서의 회계 부정과 부정 거래 등 혐의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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