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일자리 충격 대응 ‘기본사회’ 논의 확산…”재원·모델 두 축 고민해야” [AI發 연공편향 공포]

입력 2026-03-1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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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에 일자리 충격 대비해 새 분배 제기⋯AI기본사회 재원ㆍ모델 쟁점
일부 직업이 사라지더라도 新직무 등장할 것⋯기술 직종 수요 빠르게 늘어

최근 증시를 뒤흔든 시트리니 리서치의 ‘2028 글로벌 인텔리전스 위기’ 보고서는 2028년 6월 미국 실업률은 10.2%로 치솟고 미국 대표 주가인 S&P500은 고점 대비 38% 폭락한다는 암울한 전망으로 시작된다. 인공지능(AI) 확산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리더라도 대규모 실업과 금융시장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보고서 시나리오에 따르면 AI 도입 초기에는 기업의 생산성과 이익이 빠르게 향상된다. 그러나 대규모로 해고된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은 지출을 줄이면서 소비가 위축된다. 매출이 감소하면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추가 해고에 나서고 AI 투자를 확대한다. 제동 장치가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생산은 늘어나지만 가계 소득이 줄어드는 ‘고스트 GDP’ 현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AI 성능이 고평준화될수록 비용은 빠르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AI 에이전트 사용료가 전기 요금만큼 저렴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람 1명을 쓸 수 있는 비용으로 AI 직원 여러 명을 쓸 수 있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높은 인건비를 감당할 유인이 줄어든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으로 최소 소득을 보장하는 ‘AI 기본사회’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자동화로 줄어드는 일자리 충격에 대비해 새로운 분배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핵심 쟁점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와 AI 생산성 이익을 어떤 방식으로 분배할 것인지다.

AI 확산으로 고용이 줄어들 경우 개인 소득이 감소하면서 기존 세수 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연구교수는 “AI 기본사회를 실현하려면 결국 국가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노동자와 기업이 줄어드는 구조에서 기존 조세 체계만으로는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로봇세’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로봇에 세금을 매겨야 한다”며 로봇세 도입을 주장해왔다. 기업이 자동화로 얻은 인건비 절감분에 세금을 부과해 사회적 안전망 확충에 활용하자는 구상이다.

기본사회를 어떤 방식으로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모델은 모든 시민에게 일정 수준의 현금을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UBI)이다. 최근에는 AI 생산성 이익을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다양한 분배 방식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자동화로 창출된 부가 일부 기업과 자본에 집중될 경우 경제 불평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생산 비용이 급격히 낮아져 모두가 풍요를 누리는 보편적 고소득(UHI) 사회를 전망한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UBI뿐만 아니라 AI 기업 지분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보편적 기본 주식(UBE), 누구나 연산 자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범용 컴퓨팅(UBC) 등의 구상을 언급한 바 있다.

AI 확산으로 일부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직무가 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해 1월 ‘일자리 미래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AI로 9200만개 일자리가 사라지겠지만 1억7000만개가 새로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AI, 빅데이터, 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 사이버 보안 분야 전문가 등 기술 직종의 수요가 가장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WEF는 또 다른 보고서에서 AI 도구를 사용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AI 활용 능력’에 대한 수요가 지난 2년 동안 거의 7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서는 약 800만명이 최소 하나 이상의 AI 관련 기술을 요구하는 직무에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AI를 활용한 품질 관리, 공정 최적화, 교육 등 보완적인 기술 수요가 확대되며 관련 직업군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더라도 노동시장 전환 과정에서 상당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재연 국가AI전략위 사회분과장(한양대 교수)은 “시대의 변화 속에서 과거에는 없었던 플랫폼 노동자가 새로 생긴 것처럼 일의 형태는 계속 변화할 것”이라며 “문제는 인간이 시간당 벌어들이는 소득의 평균이 내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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