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자금 이탈 흐름도 감지…일부 자금 증시로 이동한 듯

중동 긴장이 고조되며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자 대출을 활용한 투자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은행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단기간에 급증하고 예금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일부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일 기준 개인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 잔액은 40조722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실제 사용 중인 대출 잔액 기준으로 2월 말 39조4249억원에서 닷새 만에 1조2979억원 늘어난 규모다. 실제 영업일 기준으로는 사실상 사흘 만에 약 1조3000억원이 증가한 셈이다.
잔액 규모는 2022년 12월 말 42조546억원 이후 약 3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증가 폭 역시 월간 기준으로 2020년 11월 이후 약 5년3개월 만에 최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에는 코로나19 이후 초저금리 환경 속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가 빠르게 확산되던 시기였다. 이후 금리 상승과 가계대출 규제 영향으로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감소해 2023년 이후 줄곧 30조원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증시 상승과 주택담보대출 규제 영향이 맞물리면서 잔액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1월 말 다시 40조원대를 기록한 뒤 연말 상여금 유입 등으로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최근 증시 급락 이후 다시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신용대출 증가의 상당 부분이 증권사 계좌로 이동한 자금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증시 급락 시점에 증권사 이체 금액이 크게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마이너스통장 등 한도대출을 활용한 투자 수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증시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동이 뚜렷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2022년 말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대출 증가 흐름은 주택담보대출과 대비된다. 같은 날 기준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10조1417억원으로 2월 말 610조7211억원보다 5794억원 감소했다. 반면 신용대출(일반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은 105조7065억원으로 닷새 만에 1조3945억원 증가했다.
현재 증가 속도가 이어질 경우 이달 말 신용대출 증가 폭은 2021년 7월 이후 최대 수준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금에서도 자금 이탈이 나타나는 분위기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5일 기준 944조1025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조7872억원 감소했다. 투자 대기 자금 성격이 강한 요구불예금 역시 같은 기간 8조5993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서는 예금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도 예금이 줄어든 점을 고려할 때 상당한 자금이 투자 수요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중동 정세와 글로벌 증시 흐름에 따라 신용대출 증가와 자금 이동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