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뚫린 ‘지도 주권’…“세금·규제 없는 공룡에 안방 차려줬다”

입력 2026-03-0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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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옥 내부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옥 내부 모습. (연합뉴스)

대한민국의 디지털 신경망인 고정밀 지도 데이터 빗장이 끝내 구글에게 풀렸다. 정부가 19년 동안 고수해 온 반출 불허 원칙을 깨고 구글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국가 핵심 자산을 글로벌 공룡에게 무상으로 헌납한다며 강한 반발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결정은 미국발 통상 압박에 의해 국가의 안보 자산이 인질이 됐다는 비판과 함께 국내 기업들만 옥죄는 ‘역차별’이라는 분노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2일 학계와 업계에 따르면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시 향후 10년 간 발생할 경제적 손실 규모는 최대 197조원으로 추산된다. 정진도 한국교원대 교수는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이용료 등 해외로 빠져나가는 로열티 비용만 연간 최소 6조 3000억원에서 최대 14조 2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올해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지도 반출에 따른 누적 총비용은 시나리오별로 최소 150조6800억원에서 최대 197조3800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손실의 핵심은 ‘데이터 종속’이다. 지도는 단순한 길 찾기 도구가 아니라 자율주행, 디지털 트윈, 스마트시티 등 미래 산업의 기초 원재료여서다. 이 원재료를 글로벌 빅테크에 내어주는 순간 국내 중소 IT 기업들은 구글의 API에 의존해야 하며 매년 수조 원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디지털 식민지’로 전락할 수 있다.

국내 업계가 가장 분개하는 지점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은 국내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데이터센터를 짓고, 24시간 정부의 보안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준수하며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반면 구글은 우리 정부의 핵심 권고 사항이었던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를 끝내 거부했다. 서버가 국내에 없으면 우리 사법권과 조세권이 미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은 온갖 규제와 보안 책임을 다 짊어지는데 구글은 결국 서버 하나 짓지 않고 우리 국민의 세금 수조 원이 투입된 지도 데이터를 가져가 수익만 챙기려 한다”며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역차별이자 특혜”라고 꼬집었다.

이에 구글의 ‘조세 회피’ 의혹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구글코리아는 국내에서 연간 수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법인세는 국내 중소기업 수준인 백억원대만 납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 반출까지 허용되면 구글은 국내 지도 기반 광고 시장과 모빌리티 등 수익을 고스란히 챙기면서도 세금은 한 푼 제대로 내지 않는 ‘무임승차’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 반출이 안보를 넘어 데이터 주권의 상실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도 서비스는 단순한 위치 정보를 넘어 쇼핑과 예약, 광고 등 모든 서비스가 결합된 ‘플랫폼의 입구’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과 달리 국내 플랫폼이 자국을 수성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생태계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 구글 지도가 한국에서 온전한 성능을 발휘하게 되면 검색과 커머스 시장까지 도미노처럼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지금이라도 구글에 국내 법인세 부과를 위한 데이터센터 설치를 강제하고, 국내 기업들이 입게 될 경제적 타격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등 6개 기관은 공동 성명을 통해 “정부의 즉각적인 산업 보호 및 경쟁력 강화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구글의 고정밀지도 사용에 대한 적정 대가 산출·요구 △국내 기업 역차별 방지 원칙 명문화 △국내 공간정보 산업 생태계 활성화 등 12가지 조건 이행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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