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뇌물·출장비 비리에 직원 사망까지…경기도의회, 그래도 명동 호텔 간다고 했다

입력 2026-02-0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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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도 전국 꼴찌 5등급 도의회, 도의원 9명 송치·성희롱 기소 위원장 버티기·30대 공무원 극단선택…1340만 도민 대의기관의 총체적 붕괴

▲경기도의회 전경. 'ITS 게이트' 도의원 9명 뇌물 송치, 국외출장비 비리 수사 중 30대 직원 사망, 서울 명동 호텔 업무보고 추진 철회, 성희롱 기소 위원장 버티기까지 경기도의회를 둘러싼 논란이 총체적 위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경기도의회)
▲경기도의회 전경. 'ITS 게이트' 도의원 9명 뇌물 송치, 국외출장비 비리 수사 중 30대 직원 사망, 서울 명동 호텔 업무보고 추진 철회, 성희롱 기소 위원장 버티기까지 경기도의회를 둘러싼 논란이 총체적 위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경기도의회)
뇌물을 받았다. 직원이 죽었다. 그런데 명동 호텔에서 업무보고를 하겠다고 했다.

경기도의회의 2025~2026년은 지방자치 역사에 유례없는 치욕의 연대기로 기록되고 있다. ITS 게이트로 현역 도의원 9명이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고, 국외출장비 비리 수사를 받던 30대 7급 공무원은 경찰 조사 다음날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전국에서 근조화환 60여개가 도의회 로비를 메웠고, 의장은 9일간 입도 열지 못했다. 그 참담한 시간 위에 경기도의회가 올려놓은 것은 서울 명동 4성급 호텔 2박 3일 업무보고 계획이었다. 1박 30만원 숙박비에 롯데타워 관광까지 포함됐다. 1340만 경기도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의기관이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는가.

팩트를 시간순으로 따라가면, 이것이 일부 의원의 일탈이 아니라 경기도의회라는 조직 자체의 구조적 부패임이 드러난다. 2021년, 민간업자 A씨가 안산에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를 세웠다. 지능형교통체계(ITS) 사업 수주가 목적이었다. A씨는 도의원과 공무원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조직적으로 뿌렸다.

경기도 특별조정교부금이 특정 지자체에 배정되도록 도의원들을 상대로 로비했고, 일부 도의원은 업자와 공직자를 연결하는 '매개 역할'까지 수행했다. 도의원이 민간업자의 로비창구로 전락한 것이다.

2025년 7월 28일, 안산상록경찰서가 수사관 48명을 투입해 현직 도의원 4명과 전직 화성시의원 1명의 자택 및 도의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광교 신청사 개청 이후 금품수수 혐의로 도의회가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결정적인 것은 타이밍이었다.

김진경 의장이 의원 전원을 불러모아 청렴서약식을 연 지 불과 2주 뒤였다. 서약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경찰이 들이닥친 셈이다. 10월 31일, 사건은 폭발했다. 안산 상록경찰서는 도의원 9명을 포함한 21명(구속 7명·불구속 14명)을 뇌물수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전직 시의장, 지자체 공무원까지 줄줄이 넘어갔다.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도의회가 스스로 정치개혁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최고 수위 징계를 촉구했고, 전문가들은 "지방자치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는 심각한 부패 구조"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비극이 찾아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지방의원 국외출장 항공권 위·변조와 경비 부풀리기를 적발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기도의회도 수사선에 올랐다. 그런데 피의자가 된 것은 의원이 아니었다. 상임위원회 서무담당 7급 공무원 A씨(30)였다. A씨는 2026년 1월 19일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1시간30분 조사를 받았다. 다음 날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도의원 중 입건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의원들이 과다청구를 공모했다거나 인지했다는 증거가 나타난 게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출장은 의원이 갔고, 항공권은 의원 명의였으며, 혜택은 의원이 누렸다.

그러나 수사의 칼날은 서류를 정리한 말단 실무자에게 꽂혔다. 입건된 여행사와 담당 공무원들조차 "관행적으로 이뤄진 일"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30대 공무원이 죽고 9일이 지나서야 김진경 의장이 입을 열었다. "비통한 마음으로 고개 숙인다. 뼈를 깎는 성찰로 변화하겠다." '마음건강충전소'와 국외출장 제도개선 TF 구성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A씨가 살아 있을 때 작동했어야 할 시스템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도의회 로비에 근조화환 60여개를 보냈다. '경기도의회는 공무원 죽음 진상규명하라', '근조화환을 숨겨도 책임은 숨겨지지 않는다', '도의회 도덕성 사망에 애도를 표합니다.' 도의회 측이 전날 화환을 치우자 전국에서 화환이 다시 쇄도했다. 이 참혹한 국면에서 경기도의회가 보여준 행동이 서울 명동호텔 업무보고 추진이다.

기획재정위원회(위원장 조성환·더불어민주당·파주2)와 의회운영위원회(위원장 양우식·국민의힘·비례)가 2월9일부터 2박3일간 4성급 호텔에서 합동 업무보고를 계획했다. 제388회 임시회 회기 중이었다.

다른 상임위는 모두 수원 청사에서 업무보고를 받는데, 이 두 상임위만 소관 부서 공무원을 서울로 불러내 호텔에서 보고받겠다고 했다.

1박 27만~30만원 숙박비에 특강, 만찬, 정담회, 롯데타워 방문까지 일정에 올렸다. '지역 문화자원 우수사례 벤치마킹'이라는 명분을 붙였지만, 문화 관련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관이다.

기재위나 운영위가 롯데타워를 방문해야 할 정책적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북부지역 의원 이동 편의'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경기도의회는 이미 북부지역 의원을 위해 회기 중 십수억원을 들여 호텔과 생활관을 제공하고 있다. 전국 지방의회 중 유일한 제도다. 경기북부 의원 편의가 목적이라면 경기북부에서 회의를 열면 될 일이다. 왜 명동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이 일정을 주도한 양우식 운영위원장은 2024년 10월 도의회 직원에 대한 성희롱으로 모욕 혐의 불구속 기소된 피고인이다. 기소 후 위원장직 사퇴 압박이 거셌지만 현재까지 의사봉을 쥐고 있다.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은 "최근 국외여비건으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고 직원들이 수사를 받는 와중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도의원들이 서울호텔에서 업무보고를 논의했다는 것은 예산집행과 공직기강에 대한 최소한의 도덕적 책임과 문제의식조차 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성희롱 사건 피고인인 양우식 의회 운영위원장이 일정을 주도했다는 점은 도의회의 공직윤리 인식이 어디까지 무너졌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성토했다. 여론이 들끓자 두 상임위는 2월5일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기재위는 "도민 정서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내실 있는 의정활동을 진행하는 것으로 일정을 조정했다"고 입장문을 냈다.

운영위는 공식 입장문도 없이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 한 줄로 "현장 회의 진행을 중단했다"고 알렸다.

공식 회의도 제대로 열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울 고급호텔 연찬회만 밀어붙이려 했다는 사실은 지워지지 않는다. 경기도의회의 청렴 성적표가 이 모든 사태의 복선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23년 지방의회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경기도의회에 최하위 5등급을 부여했다.

2013년 청렴도 평가 도입 이래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청렴체감도 4등급, 청렴노력도 5등급. 업무처리 과정의 부당요구 및 금품 관련 항목은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국민권익위의 경고장은 이미 수년 전에 날아왔던 것이다.

도의회는 그것을 청렴서약식이라는 의전행사로 대체했고, 결과는 압수수색과 검찰 송치와 공무원의 죽음으로 돌아왔다.

조례상 '실비규정'의 이중구조도 도마 위에 올랐다. 조례상 실비 규정은 의원에게는 고급 호텔 숙박이 허용되지만 이를 지침에 맞게 서류상으로 꾸며야 하는 직원에게는 치명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지방의회의 이 같은 구태가 실무 공무원을 범죄의 영역으로 내모는 구조다.

혜택은 의원이 가져가고, 서류의 책임은 직원이 지고, 수사의 칼날도 직원에게 향하는 구조. 30대 공무원의 죽음은 이 시스템의 필연적 산물이었다.

도의회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한 뒤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의원 9명이 검찰에 송치된 ITS게이트에서조차 자진사퇴한 의원은 한 명도 없다. 성희롱 기소된 운영위원장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기도의회의 자정능력에 대한 의문은 이미 답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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