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호황 맞은 K-조선, 큰손 ‘유럽’ 보호주의 기류에 촉각

입력 2026-02-0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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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 유럽 조선 재건 조치 발표 계획
유럽 내 조선소 건조 장려
"당장 영향 없겠지만 예의주시"

▲경남 거제시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선박. (연합뉴스)
▲경남 거제시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선박. (연합뉴스)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한 한국 조선업계가 자국 산업의 빗장을 걸어 잠그는 유럽발 보호주의 공습을 우려하고 있다. 방산에서 시작된 자국 산업 보호주의 기류가 한국 조선의 최대 텃밭인 유럽 해운 시장으로 번질 기세다. 3~4년 치 일감을 확보하는 등 수주 잔량은 역대급이지만, 대유럽 수출 전선에 균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4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럽의 조선 및 해양 산업 기반을 재건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르면 내주 나올 예정이다. 핵심은 금융 지원을 레버리지로 활용한 'EU 내 생산 장려'다. EU 집행위는 선주들이 유럽투자은행(EIB)의 금융 프로그램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럽 내 조선소'에서 건조돼야 지원 대상이 된다. 이는 친환경 선박 전환 수요를 자국 산업 부흥의 기회로 삼아, 아시아로 넘어간 주도권을 일부 되찾아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유럽은 K-조선의 '큰손'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KOSHIPA)에 따르면, 현재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의 전체 수주 잔고에서 유럽 지역 선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통상 40~50%에 육박한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핵심 고객이다. '선박왕'으로 불리는 그리스 선주들을 필두로 쉘(Shell), 토탈에너지(TotalEnergies) 등 유럽계 에너지 메이저들은 한국 조선업의 수익성을 책임지는 LNG운반선,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등 고부가가치 선박 발주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K-방산의 유럽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진 상황이 조선업에서도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당장 유럽 조선소들이 한국을 대체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표준화물선환산톤수(CGT) 기준 수주량에서 유럽 조선소들의 점유율은 4~6% 수준의 한 자릿수 대로 추락한 상태다. 유럽은 크루즈선 시장에서만 90% 이상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을 뿐, 컨테이너선이나 LNG선 같은 대형 상선 건조 능력은 대부분 상실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정책 변화가 당장의 수주 절벽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중장기적으로 '환경 규제'를 명분 삼아 한국 조선업을 견제하는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 3사는 EU 환경 규제에 맞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메탄올 추진선 시장을 주도하며 독자 기술인 힘센엔진을 기반으로 차세대 암모니아 및 수소 엔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LNG 운반선 경쟁력을 바탕으로 선박용 탄소포집저장(OCCS) 기술 상용화와 암모니아 연료공급 시스템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그룹 시너지를 활용, 암모니아·수소 등 무탄소 선박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로터세일 등 에너지 절감 장치 고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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