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부담에 자산가 유출 세계 4위…“납부방식 개선해 현실적 해법 찾아야”

입력 2026-02-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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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납부방식 다양화 효과 분석
3가지 납부 개선방안 제시
한국 고액 자산가 유출 2배 급증
상속세 부담 늘면 경제성장 부정적

▲상속세 납부방식 다양화 방안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상속세 납부방식 다양화 방안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상속세 완화에 대한 국회의 입법 논의가 중단된 가운데, 세율 인하 대신 연부연납 기간 연장 등 납부 방식 개선만으로도 납세 부담과 자본 유출을 줄이고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일 발표한 ‘상속세수 전망 분석 및 납부 방식 다양화 연구’에서 현행 상속세 제도가 유지될 경우 상속세수가 2024년 9조6000억 원에서 2072년 35조8000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상의는 연부연납 기간 연장, 상장주식 현물 납부 허용, 주식 평가 기간 확대 등 납부 방식의 다양화가 세수 감소를 최소화하면서도 기업 승계를 원활하게 해 사회적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밝혔다.

대한상의가 제안한 개선 방안은 △현재 10년인 일반 재산 상속세 연부연납 기간을 20년으로 확대하거나 최소 5년의 거치 기간 도입 △상장주식에 대한 현물 납부 허용 △주식 평가 기간을 현행 상속 기준일 전후 각 2개월에서 2~3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연도별 주요국 자산가 순유출 규모(잠정치)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연도별 주요국 자산가 순유출 규모(잠정치)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는 높은 상속세 부담이 자본의 해외 유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영국 이민 컨설팅사 헨리앤파트너스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고액자산가 순유출 규모는 2024년 1200명에서 2025년 2400명으로 늘어나며 세계 4위 수준으로 집계됐다. 대한상의는 최고 50~60%에 달하는 상속세율이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상속세 부담은 제도 변화 없이 장기간 확대돼 왔다. 상속세 과세 인원은 2002년 1661명에서 2024년 2만1193명으로 약 13배 증가했으며, 총세수 대비 상속세수 비중도 같은 기간 0.29%에서 2.14%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상속세는 초고액 자산가 중심의 세금에서 점차 중산층까지 체감하는 세금으로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한상의는 통계청의 장래 인구 추계와 정부 세수 추계 변수를 활용해 2072년까지의 장기 상속세수를 분석했다. 그 결과 상속세수는 2024년 9조6400억 원에서 2040년 21조3000원, 2062년 38조3500억 원으로 급증한 뒤 2072년 35조7800억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속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70세 이상 사망자 수가 2025년 26만4000명에서 2072년 68만7000명으로 2.6배 증가하는 데 따른 것이다.

보고서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키고 자본 축적을 저해해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실증 분석으로 제시했다. 1970년부터 2024년까지의 국내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GDP 대비 상속세수 비율이 높을수록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음의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현재 상속세 연부연납 제도는 납부 세액이 2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적용되지만, 가업상속 중소·중견기업에만 최대 20년 분납 또는 10년 거치 후 10년 분납 혜택이 주어진다. 개인과 대기업은 거치 기간 없이 10년 분납만 허용된다.

분납 기간에 따른 실질 부담률 차이도 크다. 일반 재산에 적용되는 10년 분납의 실질 부담률은 일시 납부 대비 약 70% 수준인 반면, 가업상속 중소·중견기업에 적용되는 20년 분납은 51.4%, 10년 거치 후 10년 분납은 32.3%까지 낮아진다. 대한상의는 이러한 구조가 일반 납세자와 다수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상속세 연부연납 기간 확대에 따른 GDP 및 세수 변화 전망 (단위: 조 원)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상속세 연부연납 기간 확대에 따른 GDP 및 세수 변화 전망 (단위: 조 원)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는 연부연납 기간을 확대할 경우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가 상속세수 감소분을 상회하는 등 상당한 경제적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상속세 제도의 근본적 개편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납부 방식 개선만으로도 기업 승계 부담을 완화하고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한상의는 연부연납 잔액에 부과되는 국세환급가산금 요율이 올해 기준 3.1%로 장기간 납부가 전제되는 상속세 특성에 비해 과도하다고 지적하며 가산율 인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비상장주식에만 허용된 물납 제도를 상장주식으로 확대하고, 주식 평가 시 단기 시세 평균 대신 장기 평균을 적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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