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현금인출기냐"...쿠팡, 약 9000억 원 美 이전

입력 2026-02-0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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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뉴시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뉴시스)

쿠팡 한국법인이 한 해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미국 본사 등 특수관계자에게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이 아닌 용역비·자문료 등의 형태로 자금이 이전되면서 이전가격 적정성과 조세 회피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1일 연합뉴스가 분석한 쿠팡의 202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법인은 특수관계자에게 총 9390억4800만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한국법인의 당기순이익은 7849억원으로, 미국 본사 등에 지급한 금액이 순이익보다 약 1500억원 더 많았다. 2020년 특수관계자 지급액 1503억4000만원과 비교하면 5년 만에 약 6배로 늘어난 규모이며, 5년간 누적 지급액은 2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쿠팡 한국법인의 2024년 매출은 41조2901억원, 영업이익은 약 1조2000억원이었다. 세금과 각종 비용을 제하고 남은 순이익이 7849억원인데,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이 특수관계자 비용으로 처리된 셈이다. 배당은 세금을 낸 뒤 이익을 분배하는 방식이지만, 경영자문료나 IT 유지보수비, 시스템 사용료 등은 세금을 내기 전 비용으로 반영된다. 이 때문에 한국 법인의 과세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국세청은 쿠팡의 이전가격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특수관계자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을 받은 곳은 미국 본사 직속 자회사인 쿠팡 글로벌 LLC로, 이곳에만 6195억원이 지급됐다. 해당 법인은 해외 직구 사업을 담당하며 Coupang Inc.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감사보고서에는 지급 항목이 포괄적으로만 기재돼 있어 실제 어떤 서비스가 제공됐고 가격이 적정했는지는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산업계 일각에서는 한국에서 발생한 이익이 비용 처리 방식으로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본국으로 이전하지만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구글이나 애플은 주로 특허 로열티나 지식재산권(IP) 사용료 명목을 사용한다. 반면 쿠팡은 IT 시스템 유지보수와 경영 자문 등 산출 근거를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항목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쿠팡은 한국에 대규모 물류센터 등 고정사업장을 두고 있어 한국에서 실질적 영업활동을 하면서 비용을 과도하게 계상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쿠팡 매출의 90% 이상이 한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Coupang Inc.는 한국 사업을 지배하는 지주회사 성격이 강하며 본사는 기업 친화적 법·세제 환경으로 유명한 미국 델라웨어주에 등록돼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에서 벌어들인 이익이 비용 형태로 이전되고, 미국 법인에는 상대적으로 이익이 쌓이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은 물류망 구축 등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순이익을 웃도는 내부거래 규모가 확인되면서 자금 이전 구조의 투명성과 세금 부담의 형평성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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