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P ‘ONE’터치] AI 플랫폼의 이면, 이용약관에 숨은 ‘디지털 매절’ 유의해야

입력 2026-07-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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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헌 ‘법무법인(유한) 원’ 미디어 & 엔터테인먼트팀 변호사
▲AI 플랫폼 노트북LM에  이번 칼럼의 내용을 인포그래픽 형태로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노트북LM)
▲AI 플랫폼 노트북LM에 이번 칼럼의 내용을 인포그래픽 형태로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노트북LM)

지난해 법원이 고(故) 이우영 작가의 웹툰 ‘검정고무신’ 관련 분쟁에서 유족 측의 손을 들어주었을 때, 문화예술계는 오랜 기간 공정성 논란을 일으켜온 ‘매절계약’의 사슬이 끊어지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판결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재판부의 판단은 매절계약 자체의 법적 효력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신뢰관계 파괴로 인한 ‘계약 해지’를 인정했을 뿐이다.

저작권법 제45조 제1항이 저작재산권의 ‘전부 양도’를 허용하는 한, 창작자가 단 한 차례의 서명으로 2차적 저작물 작성권까지 포괄 양도하게 되는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창작자 보호 관점에서 매절계약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숙제인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위협은 최근 생성형 AI 시대를 맞아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권리 침해가 발생하는 장소는 더 이상 출판사나 제작사의 계약 테이블이 아니다. 바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운영하는 ‘생성형 AI 플랫폼’이다. 수노(Suno), 유디오(Udio), 미드저니(Midjourney) 등 텍스트 몇 줄로 전문가 수준의 결과물을 출력하는 플랫폼들이 급속도로 상용화되면서, K-콘텐츠 창작자들은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매절계약’에 직면했다. 서비스 가입 시 무심코 누르는 ‘이용약관 동의’ 체크박스가 그 통로다.

과거 ‘구름빵’과 ‘검정고무신’ 사건에서 계약서 한 장 때문에 평생 일궈온 지식재산권(IP)을 잃었다면, 지금의 창작자들은 AI 플랫폼 이용약관에 동의하는 순간 고유한 창작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글로벌 AI 기업들의 이용약관을 살펴보면 저작자 권리를 침해하는 독소조항들이 쉽게 발견된다. 이용자가 플랫폼을 활용해 콘텐츠를 생성하거나 자사의 창작물을 업로드할 경우, 해당 데이터를 AI 학습에 무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영구적이고 취소 불가능한 전 세계적 라이선스’를 플랫폼에 부여한다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일부 플랫폼은 유료 요금제를 결제하더라도 생성된 결과물의 상업적 권리만 인정할 뿐, 그 배후에 있는 원본 데이터의 복제·재가공 권리는 플랫폼이 포괄적으로 점유하도록 설계해 두었다. 창작자가 작업 도구로서 AI를 활용한 대가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데이터 가치에 대한 ‘추가보상권’을 원천 차단당할 수 있는 구조다.

법률적 관점에서 이용약관은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대상이 되기는 하나, 원칙적으로 사적 자치의 영역에 속한다. 따라서 창작자가 일단 동의한 이상, 사후에 이를 불공정 계약으로 단정하여 법적 구제를 받기는 상당히 어렵다.

이처럼 과거의 매절계약이 정보의 비대칭성과 거래상 지위의 불균형에서 비롯되었다면, 지금의 디지털 매절계약은 거대 AI 플랫폼의 독점적 기술력과 약관의 복잡성에서 비롯된다. 기술의 진화 속도가 법제화보다 빠르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K-콘텐츠 IP의 자생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제도적 방어벽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문화예술 유관 단체와 긴밀히 협력해 창작자 보호 관점이 반영된 ‘AI 플랫폼 표준이용약관’을 제정해야 한다. 아울러 창작자의 데이터를 AI 학습에 사용할 경우 명확한 '별도 동의(Opt-in)'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정당한 데이터 라이선스 요금(Licensing Fee)을 지급하는 시장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K콘텐츠가 글로벌 트렌드의 중심에 선 지금, 우리 창작자들의 저작물이 글로벌 빅테크의 AI 모델 고도화를 위한 무상 자원으로 전락하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약관 속에 숨겨진 디지털 매절계약의 위험성을 알리고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를 막고 AI 시대의 진정한 K-IP 거버넌스를 완성하는 길일 것이다.

[도움]

‘법무법인(유한) 원’ 미디어·엔터테인먼트팀은 영화, 방송, 공연, 매니지먼트, 웹툰, 출판, 캐릭터 등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걸쳐 자문과 소송을 수행해 왔다. 콘텐츠 산업에서 요구되는 전문성과 풍부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최적의 법률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2023년, 2024년, 2025년 ABLJ(Asia Business Law Journal)이 선정한 ‘한국 최고 로펌’에 3년 연속 이름을 올리며 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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