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역전 장기화, 환율ㆍ물가ㆍ자본 유출 등 악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유지하면서 한국은행의 동결 기조도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환율과 집값 상승, 가계 부채 등으로 고심이 깊은 한은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질 전망이다.
미 연준은 28일(현지시간) 열린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과 10월, 12월 총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씩 인하했던 움직임이 멈춘 것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전술적 숨고르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당국이 경제 연착륙 자신감으로 또다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대신 고용 등 주요 데이터를 확인하는 전략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동결을 두고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올해 3월과 4월 FOMC 회의에서 동결 확률이 각각 88%, 74%를 기록했다. 파월 연준 의장 임기가 5월 만료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전까지 동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국의 통화정책 기조도 미국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지난해 5월 0.25%p 인하를 끝으로 5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완화 사이클을 멈춰 세웠다. 한미 간 금리 역전 현상은 2022년 7월 이후 4년 가까이(42개월)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장기화할수록 금리를 내리면 원화 약세와 자본 유출 위험이 커진다는 점이다.
당장 불안정한 환율이 핵심 리스크로 꼽힌다. 이번주 1420~1430원대로 하향세에 접어들긴 했으나 지난 주까지도 1480원대를 기록하는 등 변동성이 큰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상태가 이어질수록 외국인 자금 이탈과 같은 자본 유출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결국 국내 원화 가치를 낮추는 데 역할을 하게 된다.
이달 중순 한국경제학회ㆍ한국금융학회ㆍ외환시장운영협의회 공동 주최로 열린 '외환시장 환경변화와 정책과제' 공동 정책심포지엄에도 환율 리스크와 양국 간 금리 역전 차 장기화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주제 발표에 나선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과 미국 간 금리차가 일부 축소되는 형국이긴 하나 금리 역전 현상은 유지될 공산이 크다"면서 "한은은 (국내 경제의 부작용을 고려해) 기준금리 유지 및 인상 여지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 리스크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환율이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물가 안정 목표(2%) 달성에도 인하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 여기에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상승 흐름이 동반될 경우 부동산 버블 우려(금리 인하 시) 또는 내수 위축(금리 인상 시)으로 직결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고 있다. 경기 회복이 일부 산업에만 집중되는 'K자형 회복' 양상 속 한은이 섣부르게 기준금리에 변화를 주기 쉽지 않다는 시각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이 다른 점은 미국의 경우 아직 중립금리에 도달하지 않았고 저희는 중립금리에 도달했다는 점"이라며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기조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