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수궁 옛 흥덕전 터에 홀로 남아 수백 년을 견뎌 온 회화나무 한 그루에서 출발한 이 책은 나무를 통해 궁궐과 도시, 역사와 기억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고종 서거 이후 일제강점기, 해방과 화재, 접근 금지 구역과 방화 추정 화재를 거쳐 고사 판정에 이르렀던 회화나무. 2011년 부지 반환 이후 기적처럼 다시 잎과 꽃을 틔우며 역사의 증인이 된다. 책은 이 나무를 인간의 파괴와 복원, 망각과 기억을 묵묵히 지켜본 관찰자로 호명한다. 사진가 이명호의 작업을 중심으로 나무가 예술의 캔버스 위에서 배제된 역사를 되찾는 과정도 섬세하게 짚는다. 나아가 인간 중심 시각을 벗어난 관점, 궁궐 복원과 전통조경의 의미, 역사도시와 유산 경영의 과제까지 폭넓게 연결한다.

노화와 비만, 치매와 암, 우울증까지 서로 무관해 보이는 질병의 공통분모를 면역에서 찾는 책이다. 50여 년간 면역 연구에 매진해 온 저자는 면역을 회복과 조율을 담당하는 지능적인 연결망으로 정의한다. 면역이 특정 기관이나 세포에 국한되지 않고 피부와 장, 장내 미생물, 신경계와 뇌까지 아우르는 전신적 네트워크임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예방접종과 노화, 비만과 암, 자가면역 질환을 하나의 선으로 잇는 설명은 질병을 적으로만 인식해 온 기존 관점을 흔든다. 특히 식단·수면·위생·스트레스 같은 일상적 선택이 개인화된 면역 시스템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살핀다. 면역을 강화의 대상이 아닌 균형의 문제로 바라보게 하는 책.

의식과 마음, 자유의지와 인공지능을 둘러싼 현대 사유의 최전선을 이끈 철학자 대니얼 데닛의 마지막 단독 저서다. 그는 이 책에서 평생 천착해 온 인간 정신의 핵심 질문들을 개인적 경험과 학문적 논쟁의 역사 속에 녹여낸다. 특히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존 설, 스티븐 제이 굴드 등과의 논쟁은 20세기 철학과 인지과학의 갈등 지형을 생생하게 복원한다. 고전 인공지능에서 대형 언어 모델로 이어지는 논의는 오늘날 인공지능 담론의 과열과 착시를 냉정하게 가늠하게 한다. 데닛은 인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영혼이 아니라 왜라는 질문을 만들고 답을 시험하는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한 철학자의 자서전을 넘어 생각하는 존재로서 인간 삶의 의미를 묻는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