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성을 앞세운 신작부터 세월을 견딘 고전 명작, 사랑의 감정을 새롭게 확장한 애니메이션까지 국적과 형식을 넘나든 멜로 영화들이 한겨울 극장가의 중심에서 관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고 있다.
29일 영화계에 따르면 '만약에 우리'는 현재까지 누적관객수 211만 명을 돌파하며 올해 첫 한국영화 흥행작에 이름을 올렸다. 누적매출액은 206억 원으로 이미 손익분기점(45억 원)을 넘은 상태다.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만난 은호(구교환)와 정원(문가영)의 이야기를 통해 청춘 남녀의 현실감 넘치는 연애 풍경을 스크린에 담았다. 한때는 서로를 전부라고 믿었던 연인이 현실의 벽 앞에 무너져 이별을 택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그렸다. 은호와 정원은 헤어진 뒤 각자의 인생에 충실했고, 이전보다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된다.
'만약에 우리'는 이별 후에도 버젓이 흘러가는 시간성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영화다. 그 시간을 견딘 자만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기. 서로를 원망하기보다 그때 당신이 나에게 가장 따뜻한 집이었다는 사실을 추억하기. 다시 볼 수 없어도 멀리서나마 상대의 앞날을 축복하기. '만약에 우리'가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위로의 이미지들이다.

이와 함께 왕가위 감독의 명작 '화양연화 특별판' 역시 겨울 극장가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5년 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미공개 에피소드와 서로 다른 세 가지 결말을 담아내며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앙코르와트에 비밀을 봉인하는 오리지널 결말, 직접적인 고백이 담긴 삭제된 결말, 2001년을 배경으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재회한 두 주인공의 특별판 결말 등은 기존 '화양연화'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확장한다. 특히 관객들은 미공개 에피소드가 더해진 서사와 4K 리마스터링으로 되살아난 영상미 그리고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웅장한 사운드 몰입감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일본 로맨스 영화의 대표작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재개봉 소식과 함께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2022년 개봉 당시 누적관객수 121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 일본 로맨스 영화 흥행 상위권에 오른 바 있다.
자고 일어나면 기억이 사라지는 여고생과 매일 고백을 반복하는 남고생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한국판과 맞물려 다시금 관객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광장'은 멜로 장르의 스펙트럼을 더욱 넓히고 있다. 북한 평양을 배경으로 감시와 억압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의 서기관 보리는 본국으로 떠나야 하고, 교통보안원 복주는 그와의 미래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에 놓인다. 두 사람의 사랑과 이별을 통역관 명준이 말없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화는 개인의 감정이 체제 앞에서 침묵하게 되는 순간을 담아낸다.
'광장'은 영화진흥위원회 산하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에서 제작을 맡았다. 이미 전 세계 25개 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14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극장 살리기'의 일환으로 특별상영회에 참석해 영화를 관람하면서 더 화제가 됐다.
이 밖에도 롯데시네마는 SF 로맨스의 걸작으로 불리는 '이터널 션샤인'을 21일부터 단독 재개봉해 관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홋카이도의 아름다운 설경을 배경으로 한 일본 고전 멜로 '러브레터'도 31일 KT&G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특별 상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