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다원시스' 막는다지만…최저가 입찰·사후관리가 더 큰 과제

입력 2026-01-2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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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이음 주행 이미지. (사진제공=한국철도공사)
▲KTX-이음 주행 이미지. (사진제공=한국철도공사)

다원시스 철도차량 납품 지연 사태를 계기로 국회와 정부가 공공계약 선급금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선급금 상한을 낮추고 지급 요건과 사후 점검을 강화하는 방향이 제시됐지만 이것만으로는 재발 방지에 한계가 있어 입찰 구조와 계약 이후 관리 체계를 함께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대표 발의한 국가 및 지방계약법 개정안은 공공계약에서 선급금 상한을 현행 70%에서 최대 50%로 낮추고 지급 전 이행능력 심사와 지급 이후 사용처 점검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계약 체결 이후 이행 능력이 부족한 업체를 사전에 걸러내고 선급금이 목적 외로 사용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도 선급금 제도 전반에 대한 정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선급금 지급 비율을 단계적으로 조정하고 목적 외 사용이 확인될 경우 계약 해지나 환수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번 제도 논의는 대통령의 문제 제기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다원시스 열차 납품 지연 사례를 언급하며 공공조달 과정에서 선급금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앞서 국토교통부 감사 결과 코레일은 다원시스와 ITX-마음(EMU-150) 신규 차량 도입을 위해 3차례에 걸쳐 총 474량, 약 9150억 원 규모의 구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18~2019년 체결된 1·2차 계약 물량 358량 가운데 지난해 12월 기준 218량이 납품되지 않았고 납품 지연이 누적된 상황에서 2024년 4월 116량(2429억 원) 규모의 추가 계약이 체결돼 논란이 커졌다.

국토부는 선급금 일부가 계약 목적과 다르게 사용된 정황을 확인해 수사를 의뢰했고 코레일은 다원시스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한편 3차 계약에 대한 해지 절차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선급금 조정이 아니라 입찰 구조 자체가 더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철도차량 조달은 기술평가를 일정 기준 통과한 업체를 대상으로 가격 경쟁이 이뤄지는 방식이 유지됐다. 이 과정에서 납기 이행 능력이나 생산·사후관리 역량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해 최저가 중심 낙찰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철도차량은 설계와 제작 이후 수십 년간 운영과 정비가 이어지는 장기 사업이다. 이 때문에 단가 위주의 평가 구조에서는 가격을 맞추기 위한 무리한 수주가 발생하기 쉽고 이는 납품 지연과 품질 저하, 유지·보수 비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최저가 입찰이 적용되는 구조에서는 기업들이 원가를 맞추기 위해 품질과 납기를 희생할 유인이 커진다”며 “철도차량처럼 안전과 장기 운영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전문가 평가를 통해 적정가격을 산출하고 기술·품질 요소를 함께 반영하는 방식으로 입찰 제도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계약 이후 관리 체계 역시 한계로 지목된다. 선급금 비중을 낮추더라도 계약 체결 이후 실제 제작이 이뤄지고 있는지, 공정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상시적으로 점검하는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복적인 납기 지연 이력이 차기 입찰에서 실질적인 불이익으로 자동 반영되지 않는 점도 개선 과제로 거론된다.

최 교수는 “철도차량처럼 공급자 풀이 제한된 시장에서는 발주기관이 선택지를 넓히기 어렵고, 정부도 계약 구조를 급격히 바꾸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신규 진입을 유도하고 기업 다양성을 키워 경쟁 구도를 만드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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