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과정에서 신의료기술 평가유예 제도 생략
“단축 효과는 제한적…임상 부담·불확실성 우려”

정부가 혁신적 의료기기의 의료현장 진입 기간을 최단 80일로 단축하는 제도를 도입한 가운데 업계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절차가 간소화됐지만 실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시간 단축과 기업 부담 완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혁신적 의료기기가 식약처의 국제적 수준의 임상평가를 거치고 신의료기술에 해당하면 의료현장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우수한 의료기기의 조기 도입을 통해 기업들의 시장 진출 부담을 완화하고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빠르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의료기기 시장 진입 절차는 최대 490일이 소요된다. 우선 식약처로부터 인허가를 받는 데 약 80일이 소요된다.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해당 기술이 기존 의료기술인지, 새로운 기술인지를 판단하는 과정을 30~60일간 진행한다. 신기술로 분류되면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평가유예 기술’로 선정·통보하는 단계를 거친다.
유예 기술로 지정되면 최소 2년간 비급여 형태로 의료현장에서 한시적 사용이 가능하다. 이 기간 축적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NECA의 신의료기술평가(약 250일)와 심평원의 건강보험 등재 절차(약 100일)를 거쳐 급여 또는 비급여 여부와 수가가 최종 결정된다.
새 제도는 이 과정에서 NECA의 ‘평가유예 기술 선정’ 단계가 생략된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심평원에서 신기술로 판단되면 신의료기술평가가 완료되기 전이라도 최대 3년간 비급여 형태로 의료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평가가 끝난 이후에는 기존과 동일하게 신의료기술평가와 건강보험 등재 절차를 거쳐 급여 또는 비급여 여부가 최종 확정된다.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초기 시장 진입까지 걸리는 시간이 기존 약 490일에서 80~140일 수준으로 크게 단축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실제 2~6개월가량의 단축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형식적으로는 전체 절차가 간소화됐지만 핵심 단계의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의료AI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편의 핵심은 기존 절차에서 신의료기술 평가 유예 단계가 빠지면서 최대 6개월가량 기간 단축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라면서도 “대신 식약처가 인허가 단계에서 임상 자료 제출 요건을 강화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자금과 인력이 제한적인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오히려 준비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식적으로는 빨라질 수 있지만 임상 요구가 까다로워질 경우 실제 체감되는 시간 단축 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취지는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AI 기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는 선례가 없는 기술이기 때문에 임상 문헌 확보 자체가 큰 장벽이다. 허가를 위한 확증 임상시험에 더해 문헌 고찰 기반의 임상 평가까지 추가로 필요한 부분이어서 실제 기업들이 체감하는 실효성은 낮아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는 직권 신의료기술평가 리스크다. 의료현장에서 기술의 오·남용이나 민원이 발생하면 당국이 직권으로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다시 진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평가 결과에 따라 시장 퇴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업계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업계에서는 직권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지 않더라도 해당 기술이 기존 의료기술이 아닌 새로운 기술로 확인되면 한시적으로 최대 3년간 비급여 형태로 의료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라며 “평가유예 기술 선정 단계가 생략되면서 절차상 약 60일 정도는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 제도는 적용 대상과 조건이 기존과 달라 실제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운영 과정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