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협력 패키지로 독일과 맞대결…‘절충교역’ 승부처로

최대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 수주를 위해 정부와 재계가 ‘코리아 원팀’ 체제를 가동했다. 단순 잠수함 수출을 넘어 주요 산업을 아우르는 협력 패키지를 제안해 독일을 제치고 수주를 따내겠다는 구상이다.
26일 청와대와 업계 등에 따르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포함한 방산 특사단은 이날 오전 캐나다로 출국했다. 특사단에는 정부 고위 인사뿐 아니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함정·중형선사업부 사장도 합류했다. 앞서 특사단은 현대차그룹과 한화, HD현대, 대한항공 등에 참여를 요청했다.
특히 정의선 회장이 방산 특사단에 전격 합류하면서 이번 수주전이 새 국면을 맞았다. 앞서 캐나다 정부는 잠수함 자체 성능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등 산업 협력이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며 현대차를 콕 집어 캐나다 내 공장 설립을 요구했다. 정 회장의 합류로 관련한 논의가 진전돼 수주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CPSP는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건조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잠수함 건조 비용만 최대 20조 원에 달하며, 도입 후 30년간 유지·보수·운영(MRO) 비용까지 포함하면 전체 사업 규모는 최대 60조 원에 달한다. 현재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이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과 숏리스트(적격후보)에 올라 최종 경쟁 중이다. 결과는 6월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수주전은 잠수함 기술, 가격, 납기를 넘어 양국 간 산업 협력 패키지를 포함한 절충교역이 승패를 가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캐나다 혁신과학경제개발부는 모든 국방 조달은 캐나다의 국가적·군사적 이익을 증진하는 동시에 캐나다 경제에 명확하고 측정 가능한 순이익을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번 평가에서도 산업 협력 항목이 전체 평가에서 15%의 비중을 차지한다.
캐나다 방산 특사단은 방산을 넘어 자동차, 로봇, 수소, 항공, 에너지 분야를 아우르는 산업 협력 패키지의 청사진을 제시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로봇·수소 사업을 중심으로 한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측이 요구한 현지 완성차 공장 설립은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언제든 협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은 이번 특사단에 합류하지는 않았지만 군용기 부문을 중심으로 협력 확대를 검토 중이며, 캐나다 항공기 제조사 봄바디어와의 협력 강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은 최근 캐나다 에너지 개발사 퍼뮤즈 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공동 개발 등 에너지 분야 협력을 함께 제안하며 총력전에 나섰다.
경쟁국인 독일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독일은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를 세워 광산에서 배터리, 완성차까지 이어지는 ‘패키지 딜’을 기획했다. 지난해 말 캐나다가 비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유럽연합(EU)의 무기 공동 구매 프로그램 ‘세이프(SAFE)’에 참여하기로 한 것도 변수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