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끊으며 숨을 골랐던 코스피가 하루만에 상승 마감하며 지수 5000 도약을 위한 발판을 다졌다. 지정학적 리스크, 단기급등으로 인한 불안감과 조정 국면에서 기회를 잡으려는 욕구가 맞물리며 변동성이 큰 장세를 연출했는데 전문가들은 당분간 재랠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21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4.18포인트(0.49%) 오른 4909.93에 장을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간밤 그린란드 매입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갈등 고조에 따른 뉴욕증시 3대 지수 급락의 여파를 피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그린란드 확보를 위한 합의가 없으면 유럽 국가들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유럽도 930억 유로(약 160조 원) 규모 미국산 제품 관세 패키지로 대응하면서 이른바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을 검토하는 상황이다.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 프리마켓에선 전체 종목이 2.00%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에 이날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76.81포인트(1.57%) 내린 4808.94로 출발한 이후 등락을 거듭했다.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던 코스피는 오후 2시 넘어 수급이 회복되면서 상승했다. 외국인이 5030억 원 순매수하며 지수 반등을 견인했다. 반면 기관은 3590억 원, 개인은 3780억 원 순매도했다.
코스피 정규장에서는 조선·방산주 등 그간 많이 올랐던 업종을 중심으로 위험 회피성 물량이 쏟아졌다. 여기에 12거래일 연속 상승이 끊긴 뒤 찾아온 조정 국면에서의 매수 물량이 부딪히면서 변동성이 컸다.
하지만 피지컬 인공지능(AI) 선봉에 선 현대차 그룹주는 이날도 급등하며 지수 반등을 지지했다. 현대차는 전 거래일 대비 14.61% 오른 54만90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채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110조 원을 돌파해 시총 3위를 굳혔다. 기아는 5.00% 오른 17만2100원, 현대모비스는 8.09% 오른 48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차익실현 물량이 출회되며 2거래일 연속 하락했던 삼성전자도 이날 상승 전환해 2.96% 오른 14만9500원을 기록했다. 외국인이 9810억 원 순매수하며 상승을 주도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나스닥과 빅테크 하락에도 반도체가 강세를 보였다”며 “하이퍼 스케일러들의 데이터센터 투자로 인한 NAND 공급 부족이 확인됐고, 삼성전자의 수혜도 당연히 기대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정학적 갈등도 AI 투자 사이클을 멈출 수 없다는 분석이다.
코스피는 한동안 요동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지만, 지수 흐름은 5000 목표로 우상향하는 방향이 될 전망이다. 최근 조정이 추세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대기성 자금은 여전히 풍부하다. 투자자예탁금은 90조 원대를 웃도는 구간에서 움직이며 증시 유입 여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15일 92조6030억 원 △16일 91조2180억 원 △19일 93조8620억 원 △20일 95조5260억 원으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정책 모멘텀도 강화되는 양상이다. △자기주식(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포함한 상법 개정 논의 △불공정거래 제재 강화 △자본시장 활성화 패키지 등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축소 기대를 키우고 있다. 특히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유통주식 수 축소와 주주환원 확대 기대를 동시에 자극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또 지정학적 갈등 고조로 인한 변동성 확대와 주도주 과열해소 국면이 나오더라도 기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와 산업 성장 방향성은 견고하다는 분석이 많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이 주도주들의 내러티브와 실적 가시성을 훼손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며 “현재 코스피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4배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