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레거시 텐' 도입 관건은 "파격 인센티브·투명성 확보"

입력 2026-01-2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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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과세가액의 10% 초과 기부 시, 상속세 산출세액 10% 공제”
“기부시장 정체…유산기부 입법 없인 구조 전환 어렵다”
“현장은 준비돼 있다…관건은 인센티브와 투명성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한 한국의 레거시10 제도 도입 정책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박수영 의원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한 한국의 레거시10 제도 도입 정책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박수영 의원실)

유산을 사회에 기부하면 상속세를 일부 깎아주는 ‘한국형 레거시 텐(Legacy 10)’ 구상이 제도화되면 기부 문화를 넘어 가업 승계까지 상속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제도 부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하고 명확한 세제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한 한국의 레거시10 제도 도입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법제화의 핵심으로 ‘세율 인하가 아닌 세액공제’ 방식을 제안했다. 상속재산 중 10%를 초과해 공익법인에 기부하면 상속세 산출세액의 10%를 정확히 공제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기부를 전제로 한 명확하고 파격적인 보상이 있어야 행동 변화가 일어난다는 취지다.

박 교수는 “국민의 53.3%가 세제 혜택이 있으면 유산기부를 하겠다고 답하지만, 실제 유산기부는 상속세 대비 1%에도 못 미친다”며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고 짚었다. 영국의 레거시 제도 도입 이후 유산기부가 장기간 확대되고 대형 단체 중심에서 지역·중소단체로 수혜가 확산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세수 감소 우려에 대해서는 “단기적 상속세 감소보다 의료·복지·연구 분야로 직접 유입되는 민간 자본이 정부 재정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크다”며 “감세가 아니라 사회적 투자”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중 혜택 논란에 대해서도 “기부자는 감세 이상의 금액을 사회에 내놓는 선택을 하는 것”이라며 “실질적 이익은 사회에 귀속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제도 신뢰를 위해 갖춰야할 필수 요건으로 △성실공익법인 한정 적용 △외부 회계감사 의무화 △국세청 공시 연계 등을 제시했다.

토론에 나선 김희정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국내 기부시장의 구조적 정체를 진단했다. 그는 “기부 참여율이 장기 하락했고 총기부액도 최근 수년간 박스권에 갇혀 있다”며 “감성적 호소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영국의 상속세 인센티브 도입 배경을 소개하며 “정부 예산만으로 복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수록 민간 자본을 공익으로 끌어들이는 제도적 통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속에서 유산기부 입법은 “기부 저변을 넓히는 정책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한국형 레거시 텐 제도가 고율의 상속세 논란도 일부 완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과세표준 기준으로 △1억 원 이하 10% △5억 원 이하 20% △10억 원 이하 30% △30억 원 이하 40% △30억 원 초과 50%의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등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다.

이성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사업본부장은 “유산기부는 기부문화의 한 축으로 이미 선진국에서 자리 잡았다”며 “한국도 베이비부머 은퇴·자산 이전 시기와 맞물려 제도 도입의 타이밍이 왔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국민의 절반 이상이 세제 혜택이 있으면 유산기부 의향을 보이는 만큼 인센티브 설계가 성패를 가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제 혜택은 투명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며 “외부 감사·공시 강화 등 엄격한 기준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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