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은 없고 요구만”…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지방 투자 압박 [상생 탈 쓴 포퓰리즘]

입력 2026-01-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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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공장ㆍ대규모 설비 등 산업 투자
최소 10~20년 장기 프로젝트 진행
지역 논의 길어지면 투자 타이밍 놓쳐
稅혜택ㆍ규제 완화 '유인책' 늘려야

지방선거 국면을 틈탄 정치권의 투자 압박에 기업들이 다시 ‘수동적 베팅’의 기로에 섰다. 표심을 겨냥한 지역 투자 요구는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지만, 세제 혜택이나 규제 완화 같은 실질적 유인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산업계에서는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관제 투자’ 요구가 기업의 중장기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 고질병이 됐다는 지적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지방 공장 투자 계획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에 첨단 패키징 공장 ‘P&T7’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LG이노텍은 광주광역시와 공장 증축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LG이노텍은 100억 원을 투자해 광주사업장을 증축할 계획이다.

산업계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업들의 지역 투자 계획이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지방 주도 성장을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기업들 역시 지역 투자를 검토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문제는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이 다가올 때마다 투자 계획이 압박 형태로 논의된다는 점이다. 정치 일정은 통상 2~4년 단위로 움직이지만, 공장 신설이나 대규모 설비 투자와 같은 산업 투자는 최소 10~20년을 내다보고 결정해야 한다. 이 같은 시간적 간극 탓에 지방 투자 논의가 오히려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지역 논의가 길어지면 일정이 지연되고 투자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면서 “계획된 건 일정대로 투자를 진행하되 중장기적으로 지방 이전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요금 인하, 세금 감면, 용수·전력 인프라의 선제적 구축 등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유인책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 일자리’라는 명분만 앞세운 투자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역과 무관하게 필요하다면 투자를 검토할 수 있지만, 획기적인 조건 없이 내려오라는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방에 창업하거나 이전한 기업에 대해 최대 15년간 법인세와 소득세를 감면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특히 낙후된 지역이거나 수도권과 거리가 먼 지역일수록 세제 혜택의 폭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기 위한 세제 혜택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강화됐다. 정부는 기회발전특구 등 지방에 창업하거나 이전하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소득세 감면 기간을 기존 ‘7년 100%, 3년 50%’에서 ‘10년 100%, 5년 50%’로 대폭 늘릴 방침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산업계에서는 법인세 감면만으로는 지방 이전을 결정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방으로 내려가면 가장 큰 문제는 인력 수급이 쉽지 않다는 점이고, 전력·용수·물류 등 기본 인프라 부담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법인세 감면만으로는 경영 리스크를 줄이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법인세 감면 등 인센티브도 좋지만, 장비 업체 등 인프라와 생태계를 먼저 구축해야 기업이 내려갈 요인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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