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플랫폼 노동자 등 '권리 밖 노동자'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노동자 추정제'를 추진하는 데에 대해 중소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입증 책임이 사업주로 옮겨지면서 행정적 부담과 법적 리스크를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20일 '권리 밖 노동자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 방안을 밝혔다. 프리랜서·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등 약 870만 명에 이르는 법 밖의 노동자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오기 위해 이른바 '노동자 추정제'를 도입하는 게 핵심이다.
노동자 추정제는 분쟁이 발생한 경우 노무를 제공한 사실이 확인되면 일단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업주가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근로자로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근로자로 인정되면 최저임금과 근로 시간, 주휴수당, 4대 보험, 퇴직금 등 노동 관련 규정이 일괄 적용된다. 특히 노동자가 근로자성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 아닌, 사업자가 입장하는 것으로 전환된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노동자 추정제는 근로 입증 책임이 근로자 스스로가 아닌 사업자에게 전환되면서 최저임금, 근로시간, 산업 안전 등 관련 리스크가 다 넘어오는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업무 수행 과정에서 지휘 명령을 했는지 여부를 입증해야 하는데 행정적 부담이 그만큼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은 이런 문제에 대해 대응이 어렵지 않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자신도 관련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본의 아니게 범법자가 돼 형사 처벌로 넘어가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어 법적 리스크 역시 커진다"며 "사회적 대화나 합의 없이 추진해 법·제도로 도입하는 건 파급효과가 커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달 플랫폼 업계에서도 혼란이 불가피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달 라이더들의 경우 한 플랫에 고용돼 근로하는 형태가 아닌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다는 점 때문에 입증의 주체와 매칭 방식 등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가늠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배달 라이더의 경우 캐디나 택배기사처럼 프리랜서지만 한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형태가 아니어서 어떤 영향을 있을지 예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같은 제도로 플랫폼업계의 비용 투입이 늘어날 경우 그 부담이 소비자에 전가돼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담 역시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용노동부는 권리 밖 노동자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을 오는 5월 1일을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