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도 고부가 전환 천명…석화 이중고⋯“정부 무역조치 강화를”

중국이 미·중 무역 분쟁 속에서도 지난해 5% 성장률 목표를 가까스로 달성했지만,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과 내수 부진이라는 ‘반쪽짜리 성적표’를 내놨다. 수출과 제조업 중심의 성장이 이어지며 지표는 방어했으나, 핵심 동력인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철강·석유화학 업계의 반등 기약도 불투명해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9일 지난해 연간 GDP가 140조1879억 위안(약 2경9643조 원)으로 전년 대비 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4개 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각각 5.4%, 5.2%, 4.8%, 4.5%로 ‘상고하저’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중국의 내수 부진은 한국 철강·석유화학 업계에 수년간 계속되고 있는 중국발 저가 공세 장기화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철강은 부동산·건설 경기 둔화가 핵심 변수다. 중국 건설 수요가 약해질수록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아세안 시장에서 한국 철강 수출을 어렵게 만든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표된 수치를 보면 중국 내수 부진은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며 “연초 GDP 실질 성장률이 5.4%에서 출발했는데 4분기 4.8%까지 떨어졌다는 건 둔화가 추세적으로 더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정 연구위원은 “중국 내수가 회복이 돼야 해외로 빠져나가는 물량이 줄어들고, 국내 철강업계가 숨을 돌릴 수 있는데 당분간 반등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석유화학은 상황이 더 어둡다. 중국 소비가 둔화하면 철강과 마찬가지로 제3국에서의 가격 경쟁이 한층 거세질 수 있다. 뿐만 아니다. 한국 석화업계는 업황 침체 돌파구로 고부가 스페셜티 개발을 추진 중인데, 중국 역시 고부가가치 제품과 AI(인공지능)를 활용한 공정 효율화를 골자로 하는 석유화학 구조 개편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등 부처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석유화학 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업무 방안(2025~2026년)’을 통해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의 질적 도약을 공식화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공급량을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상황”이라면서 “중국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제품 단가가 오르며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개선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으로는 스페셜티 분야까지 중국에 위협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고부가가치 포트폴리오 전환뿐만 아니라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 연구위원은 “국내 건자재 표준에 부합하지 않는 중국산 제품 유입에 대한 유입중국 저가 제품에 대한 단속, 그리고 반덤핑 규제 등 무역구제 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