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1위 불명예, '사망률' 0.29명 목표 달성할까 [산재 공화국, 시스템의 부재 上-③]

입력 2026-01-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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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의 언어가 더 이상 현장에서 통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매일 산업재해 발생 여부를 묻지만 사고는 멈추지 않고 있다. 수많은 대책과 제도 마련에도 불구, ‘죽음의 곡선’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 것이다. 한국의 산재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의 세 배, 영국의 열세 배에 달한다. 사고는 줄지 않고 이동했다. 대기업에서 빠져나간 위험은 하청과 재하청, 영세사업장,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정형 노동으로 옮겨갔다. 정부의 공식 지표가 말하지 않는 ‘숫자 밖의 죽음들’이 늘고 있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위험은 사전에 관리되지 않고 사고는 발생한 뒤에야 기록된다. 원인은 반복되지만 추적되지 않고 책임은 분산된다. 산재가 많은 나라가 아니라 산재를 끝까지 세지 못하는 나라에 가깝다. 본지는 대통령의 선언 이후에도 산업현장이 왜 달라지지 않았는지, 왜 국가의 안전 관리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지를 집중 점검한다.

숫자로 본 산재, 1~9월 누적 사망자수·사고건수 모두↑
건설업 210명 숨져, 사고 유형 ‘떨어짐(45.5%)’ 가장 많아
“중처법 위반 사건 수사 지연, 높은 무죄율 실효성 떨어뜨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국정위는 산업재해 사망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국정위는 산업재해 사망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한국은 산업재해 사망률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라는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근로자 1만 명당 0.39명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수치를 OECD 평균인 1만 명당 0.29명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산재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중대재해처벌법도 시행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여전히 미미하다.

18일 고용노동부의 ‘2025년 9월 말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누적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457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사고 발생 건수는 440건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해 사망자 수(443명)와 사고 건수(411건) 모두 증가했다. 산재를 줄이기 위한 제도와 메시지는 강화됐지만 결과 지표는 오히려 악화한 셈이다.

가장 위험한 업종은 건설업이었다. 건설업에서만 200건의 사고가 발생해 210명이 숨졌다. 전체 사망자의 45.5%에 달한다. 제조업(26.1%) △기타의 사업(18.4%) △운수·창고·통신업(3.9%) △임업(2.0%)이 뒤를 이었다. 유형별로는 떨어짐(198건)이 가장 많았다. 이어 △물체에 맞음(56건) △부딪힘(44건) △끼임(37건) △깔림·뒤집힘(30건) △화재·폭발·파열(21건) △무너짐(20건) 순이었다. 사망자 연령대는 60세 이상이 199명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55~59세(80명) △50~54세(63명) △45~49세(35명)였다.

사고의 성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욱 선명해진다. 고용노동부 집계(재해조사 대상) 기준 2024년 산업현장 사고 사망자 589명 가운데 ‘떨어짐(추락)’ 사고가 227명으로 최다였다. 물체에 맞음(83명), 끼임(66명)이 뒤를 이었다. 즉, 사망사고 상당수가 안전모·안전대 착용, 작업 발판·난간 설치, 위험구역 분리 같은 기초 안전조치만 지켜도 예방 가능했던 유형에서 발생한 것이다. 추락·붕괴 사고가 집중되는 데다 하청이 겹겹이 쌓인 현장 구조 속에서 안전관리 책임이 분산되는 고질적 구조가 사고를 키우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조선업 역시 대표적인 고위험 업종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발간된 ‘한국 조선업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조선업 재해율은 전체 산업 평균의 3.9배, 사망만인율(노동자 1만 명당 발생하는 사망자 수 비율)은 4.1배에 달했다. 최근에도 대형 조선소에서 협력업체 직원이 추락해 숨지거나 야간 근무 중이던 50대 노동자가 휴게시간에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법과 제도의 실효성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중처법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수사 지연과 높은 무죄율, 집행유예율을 꼽았다. 중처법 위반 사건의 무죄율은 10.7%로, 일반 형사사건(3.1%)의 세 배가 넘는다. 집행유예율도 85.7%에 달해 일반 형사사건(36.5%)의 2.3배 수준이다. 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산업 현장에서 일하다 사람이 크게 다치거나 죽어도 평균 벌금 7000만 원대라는 현실은 법의 입법 취지를 달성했다고 보기에 대단히 미흡하다”면서 “현재까지 누적된 ‘수사 중(73%)’ 사건들에 대한 조속한 처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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