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사업체 업종에 따라 분류
농업인도 산업재해에 벗어나

산업재해 통계가 사회 안전의 척도로 쓰이고 있지만, 정작 위험도가 높은 필수 업종들은 통계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폐기물 처리나 항만하역 등 우리 사회의 필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사고 위험에 노출된 현장들이 공식 집계에서 제외되면서, 산재 통계가 현장의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18일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현행 산재 통계는 실제 사고 발생 장소가 아닌 사업체의 한국표준산업분류(KSIC)를 기준으로 집계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로 인해 폐기물 수집·운반·처리 및 재활용 선별업 등은 ‘수도·하수 및 폐기물 처리업’으로 일괄 분류되며, 환경미화원 역시 지자체 위탁이나 대행업체 소속 여부에 따라 ‘사업시설 관리 및 조경 서비스업’ 등으로 흩어져 집계되고 있다.
사업체 등록 업종 위주의 집계 방식은 실제 작업 환경과 통계 사이의 심각한 괴리를 양산한다. 재활용 선별장이나 폐기물 처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라도 소속 사업체가 제조업으로 등록돼 있으면 제조업 산재로 기록되는 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 평택항에서 발생한 플랫 트랙 컨테이너(FRC) 작업자 사망 사고다. 당시 사고는 항만 작업 중 발생했음에도, 해당 사업장이 ‘사업서비스업’으로 분류된 탓에 정작 항만하역업 재해 현황에는 포함되지 않는 통계적 왜곡이 발생했다.
산재 통계의 사각지대는 농업 분야에서도 확인된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산재보험 통계상 농업인 사망자는 15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농업인안전보험에서는 297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보험이 농업법인이나 상시근로자 5명 이상 사업장에만 의무 적용되면서 자영농인은 통계에서 제외된 결과다.
고용 형태와 신분에 따른 통계 공백도 지적된다. 최근 급격히 증가한 이주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사고를 당하더라도 산재 신청이 이뤄지지 않거나 신청 이후 승인까지 가는 장벽이 매우 높다. 특히 배달라이더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사실상 산재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산재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업종 분류 체계를 보다 세분화하고 통계 집계 방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동부는 현재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업종별 맞춤형 통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플랫폼 노동자나 중소기업 노동자 등의 산업재해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들을 촘촘하게 짤 필요가 있다”며 “근로감독관(노동감독관)을 2000명 운영하겠다고 하지만 산업 전체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