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대졸 취업 시장이 과열되면서 학생들이 인턴십 참여를 위해 전공 수업을 포기하는 등 '본말전도'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일본 굴지의 부동산 개발 기업인 미쓰비시지쇼가 인턴십 제도를 전격 폐지하는 강수를 뒀다.
9일 닛케이비즈니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쓰비시지쇼는 2027년 졸업 예정자부터 대학생 대상 인턴십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미쓰비시지쇼는 2024년 기준 매출액 1조 5억 엔(한화 약 14조 원)에 달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대형 부동산 기업이다. 거대 기업이 일본 채용 시장의 관행처럼 굳어진 ‘단기 인턴십’의 폐해를 지적하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현재 일본의 채용 시장은 대졸자 취업률이 10년 연속 70%를 상회하는 전형적인 ‘구직자 우위 시장’이다. 기업들은 우수 인재를 조기에 선점하기 위해 대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1~3일가량의 짧은 인턴십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운영해 왔다.
문제는 이 단기 인턴십이 사실상의 ‘조기 채용 전형’으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2022년, 단기 인턴십에서 얻은 구직자 정보를 본 채용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했으나 현장에서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닛케이비즈니스는 대다수 기업이 정부 지침과 달리 인턴십을 사실상의 선발 과정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대학교 3학년 2월 이전에 이미 입사 확정을 통보하는 기업 비율이 전체의 30%에 육박하며, 대학교 1·2학년생이 전체 구직자의 10~30%를 차지할 정도로 구직 활동 시기가 앞당겨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 교육 현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대학가에서는 “3학년 전공 수업에 학생이 한 명도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한 대학생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인턴 활동이 실제 채용으로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무조건 많은 인턴십에 참여해야만 한다”며 “사실상 학업과 병행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미쓰비시지쇼의 이번 결정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채용 관행에 경종을 울리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미쓰비시지쇼 채용 담당자는 “채용 시장의 과열 문제는 한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타 기업들의 동참을 강력히 촉구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선언이 일본 기업들의 무분별한 조기 채용 경쟁을 완화하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