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엘케이, 관리종목 요건 관리 필요
뷰노, 내년 보험 제도 진입이 관건
의료AI, 재무·사업성 검증 본격화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시작된 ‘옥석 가리기’ 흐름이 의료 인공지능(AI)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한때 기술력과 성장 기대감만으로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던 의료AI 기업들이 최근 들어 매출과 수익성, 사업 지속 가능성을 기준으로 다시 평가받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2019년 의료AI 업계에서 첫 상장 기업이 탄생한 이후 다수의 기업이 증시에 입성하며 산업은 외형적으로 성장했지만 수익성 확보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의료AI 역시 바이오산업과 마찬가지로 기술 검증 단계를 넘어 사업화 성과가 생존을 좌우하는 시점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전히 대부분 기업이 적자 구조에 놓여 있지만 외형 성장을 이어가며 의료 현장에 실제로 도입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의 분기점에 서 있다.
업계 선두 주자인 루닛은 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업 운영 자금 확보와 재무 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자금 조달과 함께 인력 감축 등 비용 절감에 나서며 전반적인 효율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루닛은 연결 기준으로 2024년 매출 542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677억 원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목표했던 자금 조달 규모에 미치지 못했고,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는 등의 논란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루닛은 “이번 자금 조달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와 일부 비상 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한 선제적 대응”이라며 “안정적인 경영 체계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사업 확대를 지속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제이엘케이는 기술특례 상장에 따른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관리종목 유예 기간이 종료되면서 재무 관리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2019년 상장한 제이엘케이는 2023년 법차손 비율이 자기자본의 62.3%에 달해 관리종목 요건에 근접했다. 2024년 48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2025년 119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법차손 비율을 낮추기 위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2025년 3분기 누적 실적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법차손 비율은 18.5%로 예상된다”며 “현재 법차손 관련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임금 체불이나 구조조정에 나선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뇌신경 질환 기업 휴런과 디지털 병리 전문 딥바이오는 지난해 주요 인력이 이탈하고 급여 지급이 지연되는 가운데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뷰노 역시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 현재 주력 제품인 심정지 예측 솔루션 ‘뷰노메드 딥카스’가 2022년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대상으로 지정돼 비급여로 시장에 진입했다. 평가 유예 기간은 올해 3월까지다. 회사는 이 기간 축적한 성과를 바탕으로 보험 제도 진입 여부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딥카스는 현재 뷰노 실적을 이끄는 제품으로 2024년 매출 259억 원 가운데 84%를 차지했다.
제도권 진입에 성공하면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할 수 있지만 실패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회사 관계자는 “외부 검증을 통해 딥카스의 유효성을 확인했으며 심정지와 사망률을 줄였다는 연구 결과도 도출됐다. 의료기술평가 대상 1호 AI 의료기기로서 환자 안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의료AI 산업이 바이오산업과 유사한 경로를 밟고 있다고 본다. 초기에는 기술력과 성장 스토리가 주목받았지만 이제는 매출 발생 여부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글로벌 시장에서의 실질 성과가 기업 가치를 좌우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한 의료AI 업계 관계자는 “의료AI 산업은 임상적 유효성 검증을 넘어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향후 병원 워크플로우에 안정적으로 안착해 반복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기업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결국 성패는 기술 자체보다 상업화 실행력과 자금 운용 역량에서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