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광물 줄이는 기술 자립 시급
광산 투자ㆍ장기 구매 등 조달 확대

에너지와 광물을 둘러싼 글로벌 국가 경쟁이 격화되면서 한국 제조업의 원자재 수입 의존 구조가 구조적 리스크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도시광산, 기술 자립, 조달 다변화를 병행하지 않으면 공급망 충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총 폐기물 발생량은 1억7600만t(톤)에 달한다. 동아시아에서는 중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전자폐기물 발생 규모는 크지만 재활용률은 낮은 편이다. 환경부는 버려지는 전기·전자제품과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금속자원의 경제적 가치가 2013년 기준 이미 2조2000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도시광산은 핵심 광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의 대안으로 꼽힌다. 폐배터리와 폐전자제품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희토류를 회수하는 재자원화 체계를 산업화하면 수입 의존도를 구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중국은 국가 주도의 재자원화 시스템을 통해 폐배터리 회수부터 정제까지 통합 체계를 구축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로 향후 폐배터리 물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자원화 경쟁력은 자원 주권과 직결된다. 한국은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회수 체계 미비와 경제성 문제로 산업화 속도가 더디다.
도시광산은 환경 정책이 아니라 안보 정책에 가깝다. 원광 확보가 외교 변수에 좌우되는 상황에서 이미 국내에 존재하는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회수하느냐가 공급망 안정의 출발점이 된다. 전문가들은 일정 수준까지는 공공이 초기 시장을 조성해 민간 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술 자립도 과제다. 희토류와 핵심 광물 사용량을 줄이거나 대체 소재를 적용하는 기술 혁신 없이는 통제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모터와 자석 설계 단계에서 희토류 함량을 줄이고 공정 효율을 높이는 연구가 대표적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도 특정 광물 의존도를 낮추는 공정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 기술 자립은 단기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장 확실한 대응 수단으로 꼽힌다.
조달 다변화도 절실하다. 해외 광산 투자와 장기 구매계약(오프테이크)을 통해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자원 부국과의 협력 범위를 넓혀야 한다.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정치·환율 리스크를 분산하려면 민관 공동 투자와 공적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원 외교를 통해 안정적인 쿼터를 확보하는 방안도 병행돼야 한다.
이와 함께 핵심 광물과 에너지를 전략 물자로 인식하고 국가 차원의 비축 시스템을 정교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맹 기반 협력을 강화하되 특정 블록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 균형 잡힌 외교 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공급망 분절화 가능성과 파급 영향을 상시 점검하고 공급망 복원력을 높이기 위한 기업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핵심 광물을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한 협력 사업 확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