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방 난임치료 지원 사업을 둘러싸고 의사 단체와 한의사 단체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의사들은 한방 난임치료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지만, 한의사들은 의학적으로 입증된 치료라며 팽팽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한방 난임치료 지원이 지속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한방 난임치료에 대한 정부 지원을 언급한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건강보험 급여 등 지원 여부를 물었고,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객관적·과학적 효과 입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방 난임치료는 아직 정부 차원의 지원 사업은 수립되지 않았지만, 각 지자체에서 독자적으로 실시하는 사업이 적지 않다. 대한한의사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 14개 광역자치단체와 72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조례를 통해 한의약 난임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난임 부부들의 수요도 높아, 2017년 5억 원 규모로 시작된 경기도의 한의 난임치료 지원은 2025년 9억7200만 원으로 규모가 확대됐다.
한방 난임치료를 정부가 지원할 법적 근거도 존재한다. 현행 모자보건법 제11조제2항제1호 난임치료를 위한 시술비 지원에는 ‘한의약육성법 제2조제1호에 따른 한방의료를 통해 난임을 치료하는 한방난임치료 비용의 지원을 포함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여성 난임의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 따르면 난소예비력 저하 여성에 대한 한약 치료는 근거 수준 B(Moderate·중등도)등급을 확보한 바 있다.

의사들의 한방 난임치료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경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산부인과의사회·직선제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등의 의사 단체들은 앞서 3일 한방 난임 지원사업의 즉각적인 전면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방 난임치료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객관적·과학적 근거가 없으며 △신뢰할 수 있는 대규모 임상연구나 무작위 대조시험이 부족하고 △한약이 산모와 태아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 분석’연구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총 4473명이 참여한 103개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에서 7.7개월의 사업 기간 동안 한방난임치료의 임상적 임신율은 12.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일 기간 자연 임신율(약 25% 이상)의 절반 수준으로, 한방치료의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는 것이 연구원의 해석이다.
난임 치료에 사용되는 목단피, 도인 등의 약재는 임신 중 사용 시 태아 기형, 유산, 장기 독성 위험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의협은 “과학중심의학연구원, 바른의료연구소, 홍콩중문대, 타이베이의대 등 국내외 연구에서는 한약 복용과 관련한 심장 독성, 중금속 노출, 유산 위험 증가 가능성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라며 “특히 한방 난임치료는 임신 전부터 임신 사실을 인지할 때까지 한약을 지속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태아 형성 초기의 가장 취약한 시기에 직접적인 위해가 가해질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수조사나 안전성 검증은 이루어진 바 없다”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한방 난임치료 지원사업 전반에 대한 모든 결과와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협은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 규모, 참여 대상자 수, 치료 기간, 임신 성공률 및 출산 결과, 중도 탈락률, 부작용 발생 여부 등 기본적인 성과 지표조차 국민에게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며 “정부가 주관해 의료계·한의계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공청회를 조속히 개최하고, 한방 난임치료의 유효성·안전성을 객관적 자료 토대로 국민 앞에 투명하게 검증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의계는 의사 단체들이 한의학을 일방적으로 폄훼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미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여성 난임 표준임상진료지침’이 존재하며 실제로도 한의난임사업은 다년간 지자체 단위에서 시행돼 충분한 객관적 자료와 임상 성과가 축적돼 있고, 국내외 유수의 학술, 임상 논문들이 이 같은 사실을 전문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라며 “난임 부부들의 고통은 외면하고 맹목적으로 한의약 폄훼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양의계의 한심한 작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정부를 향해 “이제 정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저출산 문제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며 “특정 직역의 허무맹랑한 주장에서 벗어나 학술적, 임상적 성과가 확실한 한의약 난임사업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한방 난임치료 관련 정부 지원과 건강보험 급여화 문제는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려면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 효과성 이외에도 비용효과성과 환자의 비용부담 정도, 사회적 편익 및 건강보험 재정 상황 등 여러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