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글쎄’

입력 2026-01-0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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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발목 잡는 약가인가②] “약가 개편안, 국내 제약산업 미래 포기 선언”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정부가 의약품비 지출을 줄이고 시장 경쟁을 활성화할 목표로 약가인하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산업계의 연구개발 및 제품 출시 의욕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유발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제네릭 제품 간 건전한 시장 경쟁을 유도할 묘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1일 본지 취재 결과 국내 제약비이오 기업들은 약가인하에 따른 제네릭 의약품 매출 하락의 타격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하다. 이르면 올해 7월부터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에 따라 제네릭 약가가 큰 폭으로 인하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제네릭 약가인하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유지된 정부의 정책기조이지만, 이번 개편은 규모와 범위가 대대적인 만큼 산업계 우려가 크다.

이번 약가제도 개편은 △제약산업 혁신 촉진 △환자 치료 접근성 향상 △약제비 부담 완화 등을 위해 추진됐다. 특히 제네릭 약가 인하는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절약해 중증·희귀질환 및 혁신신약 급여화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기대다. 국내 제약사들이 지나치게 제네릭 제품의 매출에 의존하고 있어, 제도를 통해 산업계 체질 개선을 유도한다는 목표도 있다.

리베이트 차단·처방 남발 막기 위한 ‘실거래가 상환제’…음지 리베이트·실거래가 파악 실효성 어려워

약가인하 제도를 둘러싼 의견은 과거부터 분분했다. 당초 정책 의도와 달리 시장 경쟁이 저해되고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의약품 공급 안정성을 해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1999년 도입한 ‘실거래가 상환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실거래가 상환제는 정부가 의약품의 상한가를 지정하고, 의료기관이 이보다 낮은 가격으로 약을 구입하면 건강보험공단은 실제 구입한 가격으로만 비용을 상환해주는 방식이다. 또한 실거래가 조사를 시행해, 상한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의약품은 상한가 자체를 깎는다. 리베이트를 차단하고 불필요한 약 처방을 남발하는 행태를 차단한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였다.

해당 제도가 의약품 거래와 가격 투명성을 일부 확보할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음성적인 리베이트가 만연하는 환경이 조성됐다. 의약품 가격은 오히려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실거래가 조사에서 상한가가 깎일 것을 우려한 의료기관 대부분이 의약품을 상한가대로 구매했다고 신고했기 때문이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 연구팀은 ‘실거래가 약가인하제도 효과평가를 통한 종합적 개선방안 마련 연구’에서 “요양기관이 저가구매를 할 동기부여가 생기지 않으며, 시장가격과 상환가격의 차이를 음성적 리베이트로 받는 것이 더 유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라며 “제약사와 의료기관 등 이해당사자에게는 실거래가격 정보공개를 통해 추가적인 이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라고 실효성을 지적한 바 있다.

선별등재·일괄 인하 단행…급여 제품 생산 줄이고 ‘비급여 생산·공동판매’ 증가세

2006년 선별등재제도 역시 제네릭 약가인하 기조를 강화한 계기로 꼽힌다. 과거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 대부분 건강보험 급여목록에 등재됐다. 하지만 선별등재제도 도입으로 정부의 경제성 평가와 가격 협상을 거친 일부 의약품만 등재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첫 번째 제네릭이 등재되면 오리지널 약가는 80%로 자동 인하되고, 제네릭은 오리지널의 68% 수준의 가격이 책정되는 연동인하 시스템이 굳어졌다.

2012년 단행된 대규모 일괄 약가 인하도 제약산업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많다. 당시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이유로 총 6506개 품목(전체의 47.1%)에 대해 평균 14% 이상 인하했다. 동일성분 동일약가 원칙에 따라 일괄 약가인하가 단행되면서 제네릭 약가 산정률은 현행 53.55%로 떨어졌다.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이 적용되면 해당 산정률은 다시 40%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약가인하 조치는 단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제약사들이 급여 의약품 생산을 줄이는 대신 매출 신장 효과가 높은 비급여 의약품 생산과 수입 의약품 공동판매 사업에 집중하게 되면서다.

강창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연구팀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약가인하 정책이 제약기업의 성과와 행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급여의약품의 생산액 비중은 일괄 약가인하 이후 단기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2016년부터 20~36%p까지 감소했다”라며 “제약사들은 약가인하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의약품 다양화나 생산증대를 꾀할 수 있으며, 약가인하에 노출된 급여 품목의 매출액 의존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의약품 포트폴리오를 변경했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일괄 약가 인하 정책에 따라 약가 인하에 영향을 받지 않는 비급여 전문의약품 생산 비중이 높아졌고, 급여 내 미인하 전문의약품 비중이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또 전반적으로 제약기업의 자체 생산 제품 매출 비중이 최소 11%에서 최대 106% 감소했고 수입 의약품 코프로모션 비중도 늘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다수 제약사가 R&D 투자 확대 계획을 수정하거나 보수적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도 많다.

제네릭 약가 인하·기본 가산 폐지…이르면 7월 시행

한편 정부는 지난해 11월 28일 제네릭 최고가 산정 기준을 현행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만료 전 약가의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약가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계단형 약가제도 적용 기준도 기등재 동일제품이 20개를 초과할 경우 약가를 15%씩 낮추는 기존 구조를 10개 초과 시 5%p 인하로 조정했다. 제네릭 최고가 기준 요건 미충족 시 약가인하 폭은 기존 15%에서 20%로 확대했다.

약가 가산 제도 역시 개편된다. 기존에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68%의 약가 가산을 적용했는데 앞으로는 연구개발(R&D) 투자 비율 등에 따라 차등을 두고 68%·60%·55%의 가산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제네릭 등재 후 1년간 최초 등재 제네릭에 주어졌던 59.5%의 기본 가산도 폐지된다.

윤웅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일동제약 대표)은 이번 개편안을 두고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41개의 신약 개발, 3000개 이상의 파이프라인 보유하는 등 글로벌 도약의 임계점에 와 있다. 이 시점에 정부가 마중물 대신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선진 제약 강국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는 격”이라며 “약가 개편안은 국내 제약산업 미래에 대한 포기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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