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ㆍ물량 공세 앞세워 日추월
내년 격차 더 벌어질 가능성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올해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판매 대수 1위에 등극했다. 20년 이상 선두를 지켜온 일본 자동차를 추월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올해 1~11월 각 사의 발표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모빌리티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산한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승용차뿐 아니라 상용차까지 합쳐 집계했으며, 자국과 해외시장을 모두 포함했다.
그 결과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세계 판매는 전년보다 17% 증가한 약 2700만 대에 이를 전망이다. 앞서 중국은 2023년에 처음으로 자동차 수출 대수 세계 1위에 올랐으며 올해에는 브랜드 전체 판매 대수에서도 왕좌를 거머쥔 것이다.
중국 제조사 판매의 약 70%를 차지하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정부가 전기차(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V) 보급을 뒷받침하는 정책을 펼쳤다. 이에 따라 승용차에서 신에너지차(NEV)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60%에 육박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올해 판매량은 약 2500만 대로 예상돼 2위로 한계단 내려앉았다. 미국을 추월한 뒤 20년 이상 1위를 지켜온 일본 자동차가 밀려나게 된 것이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과거 세계 자동차 시장은 미국과 일본이 경쟁하던 구도였다. 정점이었던 2018년에는 일본이 3000만 대 가까이 판매했다. 또 2022년에는 중국과의 격차가 약 800만 대에 달했으나 불과 3년 만에 역전을 허용하게 됐다.

중국 내에서는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중국 최대 자동차 업체인 비야디(BYD)가 공격적인 할인에 나서는 등 가격 경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신에너지 승용차의 1~11월 판매에서는 ‘10만~15만 위안(약 2050만~3080만 원)대’ 모델이 전체의 2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 내 경쟁 환경이 악화되자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수출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자국에서 남은 EV 물량을 해외 시장으로 돌리는 이른바 ‘디플레이션 수출’을 전 세계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차가 압도적 우위를 보였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에서 중국차 판매가 49% 증가한 약 50만 대로 크게 늘었다. 도요타자동차의 태국 법인에 따르면 태국 신차 판매에서 일본차 비중은 11월 기준 69%로, 약 5년 전의 약 90%에서 급감했다.
유럽에서도 중국차는 7% 증가한 약 230만 대가 판매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은 중국산 EV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 PHV의 수출 비중을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높이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32% 증가한 23만 대, 중남미에서는 33% 늘린 54만 대로 신흥국에서는 가파르게 판매가 늘고 있다.
닛케이는 “중국이 자동차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향후 세계적 마찰은 더욱 커질 전망”이라며 “각국은 관세 부과와 신규 규격 도입 등으로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내년에는 중국차와 일본차의 판매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개별 자동차 제조사 혼자서 가격과 물량 공세를 펼치는 중국 브랜드에 대항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이는 업계의 새로운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